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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제대로 자라고 있나|「어린이날」 맞아 추적해본 어느학생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5월5일은 어린이날. 과연 오늘날의 한국어린이는 제대로 자라고 있을까. 정서가 메마르고 영악스럽기만 하다는 상식의 허실을 알아보기 위해 도시어린이와 시골어린이의 일과를 추적 도시와 농촌의 그 엄청난 환경의 차이가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현장취재를 통해 특집으로 꾸며 알아봤다.
어정문양(11·서울도성국교4년)은 오늘도 여느 때처럼 아침 7시에 일어나 식탁에 앉았다.
새우튀김과 불고기·쇠고기 맑은 장국이 아침메뉴. 등교시간이 빨라 늘 오빠(13)와 둘이서만 하는 아침식사지만 웬지 오늘따라 빈 의자가 썰렁해 보인다.
일하는 언니가 싸준 도시락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학교까지는 버스로 두 정거장. 길을 사이에 두고 즐비하게 늘어선 고층 아파트 틈새로 학교가 보인다. 학교는 언제나 정답지만 어깨에 주렁주렁 멘 가방·과제주머니는 무겁기만 하다.
앞에서 네 번째가 그의 자리. 남자 30명·여자30명 모두 60명의 콩나물교실인 이 학급에서 1m40㎝면 큰키에 속하지만 작년부터 시력이 0.5로 떨어져 특별히 앞자리를 배정 받았다.
점심시간은 늘 떠들썩하다. 조용필의 브로마이드를 30개나 모았다는 아이, 일요일에 이선희가 매는 넥타이를 엄마가 사주기로 약속했다는 아이의 얘기 등을 들으며 속 으르 이제까지 모은 유명인들의 사진이 몇개나되나 헤아려본다. 겨우 12개. 이것으로는 자랑은커녕 망신당하기가 십상이다.
오빠가 집에 오기전까지는 몹시 심심하다. 생일파티 같은 것이 아니면 여간해서 친구끼리 서로 집에 모이는일이 없기때문에 신데렐라·신디게임을 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다. 그래서 TV어린이시간은 늘 반갑다.
저녁식사후 오빠에게 오늘 체육시간에 피구를 했던 얘기를 들려줬다. 오빠는 『너처럼 달리기를 싫어하는 애가 피구를 잘하면 세상이 뒤집힐 것』이라며 놀려댔다.
『체육시간은 없고 국어시간만 있는 학교에서 공부해 아동문학가가 될수 있다면…』하고 정문이는 생각해 본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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