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절도범 수사과정에서 35년만에 노모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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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사무실을 털다 붙잡힌 절도범이 수사과정에서 35년 전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났다. 팔순의 노모와 쉰을 넘긴 아들은 시간을 탓하며 눈물을 흘렸다.

대전서부경찰서는 21일 심야에 빈 사무실을 골라 침입해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김모(52)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월 대전의 한 여행사 사무실에 들어가 금고에서 현금을 훔치는 등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대전과 청주를 오가며 52차례에 걸쳐 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김씨는 17살 때 가출해 떠돌이 생활을 했다. 또 절도를 일삼으면서 전과가 9범으로 늘어났다. 그는 가족을 찾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를 조사하면서 가족을 찾아주기로 했다. 호적을 찾아 김씨 누나가 대전에 거주하는 것과 어머니가 전북에 살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바로 모자 상봉도 주선했다.

아들이 죽은 줄로만 알았던 팔순의 노모는 “다시는 절대 나쁜 짓 하지 말라. 동생과 누나를 보면서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김씨를 나무랐다. 김씨는 “경찰 도움으로 부모를 만나게 됐으니 교도소에서 나오면 다시는 이런 짓 안 하고 성실하게 잘 살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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