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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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추운 겨울철 고층 빌딩 사이를 지나면 다른 지역 보다 특히 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일본에서는 최근 이 「빌딩 바람」 공해에 대한 대책이 한창이다.
그 첫 번째 시도로 일본 전기(NEC)는 신사옥을 지으면서 빌딩 한가운데 구멍을 뚫어 세계에서 처음으로 빌딩 바람을 감소시키는 건물(그림)을 계획하고 설계에 들어갔다. NEC가 이 같은 건물을 짓게 된 것은 높이 1백m 이상의 도심 고층 빌딩은 환경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례에 따른 것.
높이 1백 80m, 43층짜리 건물로 동경도 내에서 7번째로 높은 빌딩이 될 이 건물의 14∼16층에 해당하는 3개 층에 높이 15m, 폭35m, 깊이 40∼70m의 바람구멍을 뚫는 것이 이번 설계의 특징이다.
고층에 부딪친 바람이 빌딩을 타고 내려오다 바람구멍으로 빠져나가 강풍이 지상에 곧바로 불어 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또 고층 쪽이 폭이 좀은 타원형으로 설계, 거센 빌딩 바람을 약화시키고 빌딩 부지 1만 5천평방m 주위에 키 8m의 상록수를 심어 방풍 효과를 높일 계획.
바람구멍 바로 아래층인 13층은 일부 천장 부분을 유리로 해서 채광 효과도 높인다.
설계를 맡은 일건설계는 빌딩의 가운데가 비는 대신 빌딩의 동서 양 폭에 엘리베이터와 연결시켜 단단한 철골을 배치하고 l7층 이상의 고층부 3개소에 철교와 같은 철골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등 지진에 대비할 계획이다.
신사옥 건축을 위해 1년 반전부터 전통적으로 바람이 많은 이 지역의 풍속 등을 조사·실험해 온 풍공학 연구소의 「요시다」 (길전 정소) 소장은 『빌딩에 바람구멍을 냄으로써 바람을 20∼30%는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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