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종인 “당대표 추대 논란 자체가 불쾌” … 문재인은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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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오른쪽)와 황교안 국무총리가 19일 4·19 혁명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당내에서 김 대표의 새 대표 추대론이 일고 있다. 가운데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사진 강정현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합의추대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 “문, 대선까지 끌어달라더니”
차기 당권 노리는 후보들 반대
김부겸 “야당 체질상 추대 어렵다”
김 대표 측 “경선은 안 된다” 확고

더민주는 오는 7월께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뽑는다. 전대를 앞두고 총선을 승리로 이끈 공을 인정해 김 대표를 새 대표로 합의추대하자는 입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대표의 제2기 비대위원인 양승조 의원은 19일 “김종인 체제로 총선에서 승리한 것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김 대표가 ‘팽’ 당하는 일은) 정치도의상 맞지 않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이름도 다 모르고, 조직이나 계파와 관계없는 사람이 무슨 대표 경선을 나가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가 경선에 나가지 않고 물러날 경우엔 “선거가 끝나자마자 ‘토사구팽(兎死狗烹·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가 쓸모없어져 잡아먹는다는 뜻)’시킨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온다.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달 22일 비례공천 갈등으로 사퇴 의사를 내비친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갔을 때 “다음 대선까지 역할을 계속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기 당 대표 주자들의 반대가 간단치 않다. 더민주에선 정세균·추미애·박영선·정청래 의원을 비롯해 김부겸·송영길·김진표·김두관 당선자 등의 후보군이 형성돼 있다. 당헌상 ‘대선 1년 전(오는 12월)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 때문에 이들 중 일부는 불출마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당헌·당규에 따라 누구라도 출마 의사를 밝히면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해야 한다.

이날 김진표 당선자는 “추대하더라도 전당대회를 거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말했고, 김부겸 당선자도 “(김 대표의) 선거에 대한 공은 인정해야 하지만 야당의 체질상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니면 추대하는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내 합의추대 반대 목소리에 대해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나는 내 갈 길을 갈 테니 쓸데없는 말을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은 “지난 1월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도 문 전 대표가 전권을 줄 테니 당을 살려주고 대선까지 죽 도와달라고 했다”며 “(총선 후) 전당대회를 해서 당 대표를 다시 뽑는다는 의미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김 대표는 본인이 추대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여러 말이 나오니 불편해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삼고초려할 때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달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고 묻자 “실제로 나하고 그렇게 얘기했다”고 답했다. 문 전 대표 측이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불만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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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일각에선 문 전 대표 측이 김 대표를 전대에서 지원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이번 총선에서 ‘친문(親文) 인사’는 범친노까지 합하면 당선자 123명 중 과반인 7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언급을 한 적이 없다. 한 측근 인사는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경선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글=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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