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통과된 여전사 호세프 "끝까지 싸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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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마 호세프 [사진 중앙포토]

지우마 호세프(69) 브라질 대통령이 하원의 탄핵안 가결에 대해 “불의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호세프는 18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안 가결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분노한다” “부당하다” “잘못됐다”는 말을 수십 차례 했다.

호세프는 “어제 하원의 탄핵 표결을 지켜봤지만 대통령을 심판하겠다는 사람들이 정작 ‘중대 범죄’에 대한 토론은 전혀 않더라”고 꼬집었다. 이어 “하원이 주장하는 재정회계법 위반은 전임 대통령들도 해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대통령 재선을 앞두고 재정적자를 감추기 위해 국영 은행의 돈을 끌어다 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호세프는 “재임 기간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며 “정적(政敵)들이 쿠데타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말한 정적은 자신이 탄핵될 경우 남은 임기를 대행할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을 의미한다. 호세프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테메르에 대해 “(탄핵안의) 공모자”라며 “부통령이 대통령에 반대해 이런 음모를 꾸민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테메르는 브라질 최대 정당인 민주운동당(PMDB) 수장이다. PMDB는 지난달 호세프가 이끄는 노동자당(PT)과의 연립정부에서 탈퇴했다.

호세프는 “불의와 맞서 싸울 에너지와 힘, 용기를 가지고 있다”며 “상원이 탄핵안 가결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호세프가 이날 레난 칼헤이로스 상원의장과 독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브라질 언론은 이에 회의적이다. 일간 에스타도 상파울로는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호세프 리더십은 치명상을 입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법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포스트(Post) 호세프’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본다. 테메르는 물론 루이스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들도 현재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마땅한 대안이 없으면서 호세프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브라질 민심만 분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호세프 탄핵으로도 브라질 정국은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의 인플레이션, 대량 실업을 불러온 브라질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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