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병사들에게 필요한 건 뭐? "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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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인 병사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수면부족이라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KIDA는 지난해 하반기 병사 19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조사결과 부대에서 근무하는 중 가장 불편한 점을 수면부족으로 꼽은 병사들이 전체의 15.6%에 달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21.4%, 14.8%의 응답자가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규칙적인 생활로 인한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만성적인 수면부족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병사들의 수면시간을 오후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6시 30분까지(동절기 7시)로 정해놓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수면시간은 길지만 불침번이나 동초근무로 불리는 야외 경계근무에 나서며 중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 깊은 잠을 자기 어려운 환경이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병사들 가운데는 취침 직후 또는 기상 시간 직전의 불침번을 선호하고 있다. 여기에 낮시간에 고된 훈련과 작업 등으로 육체적 피로가 쌓이는 것도 수면부족을 가져오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그러나 "과거 침상에서 생활하던 주거 환경을 침대로 바꾸고, 10명 안팎의 인원이 한 공간을 사용하도록 많이 개선했다"며 "군인으로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불침번이나 경계근무를 게을리 할 수 없다보니 집에서처럼 생활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수면부족 다음으로는 심리적 위축(10.9%)과 추위·물부족 등 열악한 환경(9.6%)이 그 뒤를 이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같은 순위를 보여 병사들이 바뀌어도 군대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병사들의 애로사항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와의 단절에 따른 고립감과 난방이나 더운물 사용이 충분치 못한점을 공통적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는 올들어 수신용 휴대전화를 생활관마다 지급했고, 난방이나 온수 공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병사들의 불만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방부 당국자는 "공동생활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다소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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