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승진도 「좁은 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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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취업도 어렵지만 승진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으며 경영층 등 전문고급인력이 많이 남아돌고 있다.
80년대 이후 기업들의 감량경영으로 승진기회가 줄어듦에 따라 70년대 후반의 호황기에 대량 입사한 33∼38세 연령층의 인사정체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또 해외건설·해운 등 불황산업의 통폐합이 진행되고 큰 기업체들이 산업합리화차원에서 회사를 통폐합함으로써 밀려난 임원급 이상의 고급 경영인들도 새 직장을 잡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각 기업들은 승진에 필요한 근무연한을 늘려나가거나 대우·대리제 등을 도입해 인사정체불만을 줄이고 있지만 직급에 따라서는 워낙 정체현상이 심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작년 말 한국경총이 전국2백14개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승진관리현황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해 입사한 후 부장이 되기까지에 필요한 연한은 평균 14년6개월로 규정된 12년7개월보다 약2년 가량 늦으며 실제 승진소요연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인사정체가 가장 심한 직급은 과장·대리급으로 전체기업의 67.3%가 이 직급의 정체가 가장 심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이들이 기업확장기인 70년대 후반에 대량 입사한 이래 계속된 경기침체와 기업의 내실경영 등으로 과거처럼 배출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2∼3년 전만 해도 6년 정도면 과장승진이 가능했으나 요즘은 빨라야 7년, 대부분 8년으로 늘어났다.
또 기업의 부실로 인한 위탁경영이나 흡수합병시 대기발령 등의 형식으로 퇴직을 강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원급이상 고급인력의 경우 70년대 후반만 해도 여기저기서 스카우트의 손길이 뻗쳐왔으나 요즘은 일부 전문기술직을 제외하고는 직장을 옮기기가 극히 어렵다.
현재 타기업의 위탁경영을 받고있는 S, N, K등 건설업체의 경우 기존 임원진이 거의 물러났지만 관리·총무·경리·자재파트 등은 거의 새 직장을 잡지 못하고 일부는 전문건설업면허를 따 독립하거나 자재업계로 나가 납품업자로 변신하는 예도 있다.
취업환경이 어려운 탓인지 경총이 고급인력을 대상으로 취업을 알선하고있는 고용정보서비스센터는 지난해 2월 개설한 이래 작년 말까지 모두 2백4명의 채용을 알선했는데 올 들어서는 3월말까지 불과 22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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