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조립 예약 후 ‘환불 금지’ 이케아…공정위 “불공정 약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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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스웨덴에서 처음 문을 연 가구회사 이케아. 73년 역사의 이 가구회사는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걸 모토로 내세우고 전 세계 28개 나라에서 32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합리적 가격’에 맞지 않는 이케아 코리아만의 조항이 있다. 바로 배송ㆍ조립비 약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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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이케아 광명점. [중앙포토]

지난달 9일 A씨는 이케아 매장에서 가구를 샀다. 16일까지 이케아 코리아를 통해 배송 받기로 하고 계약서도 썼다. 배송을 5일 앞둔 11일 A씨는 가구 반품을 결정했다. 그런데 “가구 값만 돌려줄 수 있고 배송비는 환불 불가”란 답이 돌아왔다. 이케아 코리아는 ‘배송ㆍ조립 신청 후 취소는 불가능하다. 배송ㆍ조립 비용은 환불되지 않는다’는 자체 약관을 이유로 들었다. 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장은 12일 “배송ㆍ조립 서비스 신청 후 일체의 취소 및 환불을 금지하는 조항은 불공정 약관”이라며 “이케아 코리아에 관련 조항을 시정할 것을 지난달 권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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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이케아 매장 내 창고. [중앙포토]

이케아는 조립되지 않은 가구 부품을 사서 소비자가 집으로 싣고 가고 스스로 조립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소비자가 이케아 매장에서 가구를 사서 싣고 조립한 후에도 가구 반품은 가능하다. 구매 후 90일 이전이라면 전액 환불도 받을 수 있다. 이케아는 자체 배송ㆍ조립 문화가 뿌리 내리지 않은 한국 가구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이케아 코리아는 배송ㆍ조립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배송비는 1만9000원(경기 금천ㆍ광명 지역)에서 시작해 15만9000원(전라ㆍ경상 지역)에 이른다. 조립 비용은 가구(완성품 기준) 하나당 4만원에서 출발해 천차 만별이다. 그런데 계약을 취소한 고객에게 배송ㆍ조립비를 돌려주지 않는 불공정 약관을 이케아 코리아는 유지해왔다.

민 과장은 “해당 조항은 다른 나라 이케아에 없는 약관”이라며 “배송ㆍ조립 서비스 완료 이전까진 고객이 서비스를 취소할 수 있고 이 경우 사업자는 서비스 요금에서 잔액을 고객에게 환불하도록 이케아 코리아가 해당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배송 차량이 출발하거나 일부 조립이 이뤄졌다면 그에 대한 비용만 공제하고 나머지 돈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민 과장은 “소비자의 계약 해제를 제한하고 요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부담시키는 이같은 불공정 약관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시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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