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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얻는 무리한 웰빙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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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월부터 요가를 배운 전모(38)씨는 최근 심한 허리 통증 때문에 병원 신세를 졌다. 강사의 말만 듣고 엎드린 채로 다리를 드는 등 고난도의 자세를 반복한 것이 화근이었다.

전씨는 "다리에 힘이 빠지고 허리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갔더니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회사를 그만둔 김모(55)씨는 건강을 위해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등산을 했다. 아침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행복을 느낀 것도 잠시. 김씨는 무리한 등산으로 관절염이 악화돼 최근 수술을 받았다.

웰빙 열풍 속에 무리한 운동을 하다 병원을 찾는 '웰빙 부작용' 환자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운동을 하거나 갑자기 생활패턴을 바꾸면서 오히려 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에 30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강남 J정형외과의 경우 평균 1200명가량의 환자가 운동에 따른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김종선 정형외과 전문의는 "러닝머신을 하다 연골이 손상되거나 등산을 즐기다 인대가 늘어나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환자도 덩달아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들어 요가 학원이나 헬스클럽 등 웰빙 관련 시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강사들의 수준 낮은 강습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요가 시설은 자유업이라 '체육시설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어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강습소를 차릴 수 있다.

한국요가협회.대한요가협회 등 국내 주요 요가 협회에 등록된 지부는 전국적으로 300여 곳. 지난해 초보다 100곳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사설 요가강습소나 체육센터 등의 요가 강좌 등을 합치면 전국적으로 요가를 가르치는 곳이 수천 곳에 달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한요가협회 관계자는 "체조 등을 가르치던 학원들이 요가 학원으로 업태를 바꾸거나 3개월 정도의 교육을 받고 수강생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며 "사람마다 신체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요가를 배우기 앞서 전문가로부터 정확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웰빙 식이요법이나 반신욕에 따른 부작용도 많다.

회사원 이모(29.여)씨는 날마다 한 시간가량 반신욕을 즐기다 부스럼이 생겨 피부과를 찾았다. 김씨의 병명은 '주부습진'. 건성피부인 사람이 무리하게 반신욕을 즐기면 피부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엄격하게 식단을 조절하다 빈혈에 걸리거나 극단적인 채식을 하다 단백질 부족으로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장일태 신경외과 전문의는 "몸매 관리나 다이어트에만 초점을 맞춰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되레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일현.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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