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3서 쿼드러플, 스피스 마스터스서 대역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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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골든 보이 조던 스피스가 골프 역사에 남을 참혹한 역전패를 당했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다. 스피스는 9번 홀까지 5타 차 선두를 달리다가 후반 들어 보기, 보기, 쿼드러플 보기를 하면서 3홀 만에 6타를 잃었고 대니 윌렛에게 그린재킷을 헌납했다. 윌렛은 최종합계 5언더파로 우승했다. 스피스는 2언더파 공동 2위다.

메이저 대회의 잔혹한 역전패는 여럿 있다. 지난해 최저타 타이기록을 세웠던 스피스가 바로 이듬해인 올해 대역전패한 것도 오랫동안 회자될 사건이다.

1966년 US오픈에서 9홀을 남기고 빌리 캐스퍼에게 7타를 앞서다가 역전 당한 아널드 파머에 비견된다.

또 1996년 최종라운드를 6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가 닉 팔도에게 5타차로 완패한 그렉 노먼의 패배와도 비교된다.

아널드 파머와 노먼은 이후 최고의 경기를 하지 못했다. 스피스는 23세로 젊고 정신력이 매우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겠지만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피스는 6번 홀부터 9번 홀까지 4연속 버디를 하면서 5타 차 선두로 나섰다. 퍼트가 예술이었다. 미국 미디어들은 트위터 등으로 스피스의 압승이 확정됐다는 식의 논평을 냈다.

지난해 무려 18언더파를 치면서 최저타 타이기록으로 우승한 정신력이 강한 스피스임을 감안하면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마스터스는 4라운드 후반 9홀에 시작된다고 한다. 스피스가 이를 명확히 보여줬다.

스피스는 10번 홀에서 보기를 했다. 몇 조 앞에서 경기한 대니 윌렛이 버디를 잡아 리드는 5에서 3으로 줄었다.

스피스는 전날 더블보기를 한 11번 홀에서 또 흔들렸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가면서 페어웨이로 꺼내야 했다. 세 번째 샷을 핀 옆에 딱 붙여 파를 할 것 같았는데 스피스답지 않게 넣지 못했다. 또 보기.

파 3인 12번홀. 스피스는 약간 당황한 모습이었다. 티샷은 약간 짧아 경사를 타고 굴러 내려와 물에 빠졌다.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은 아마추어들이 흔히 하는 완전한 뒤땅이었다. 그린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물에 빠졌다.

또 다시 벌타를 받고 친 다섯 번째 샷을 칠 때 스피스의 상체가 벌떡 들렸다. 이 샷은 그린을 훌쩍 넘어 벙커에 빠졌다.

스피스는 더 이상 사고를 내지는 않았다. 매우 떨리는 내리막 벙커샷을 그린에 올렸고 1퍼트로 마무리했다. 그래도 파 3에서 이른바 ‘양파’가 넘는 쿼드러플 보기였다.

그러면서 윌렛에 3타 차 공동 3위가 됐다.

스피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파 5인 13번 홀과 15번 홀에서 기어이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쫓아갔다. 그러나 16번홀에서 내리막 버디 퍼트가 홀에 들어가지 않아 기회를 잃었다. 17번홀에서 스피스는 보기를 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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