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다했어요 필담문만 50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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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낯선 이국땅에서 치료를 받게된 부상자들을 보는 순간 측은한 생각이 들어 직업의식이상으로 정성을 다해 보살폈읍니다』
군산의료원에 입원했던 곡진파(35) 장유공(24)등 2명의 부상승무원울 전담한 이병원 간호원 김현숙양(25)은 이들과의 1백8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전혀 피로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평소에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어본 경험이 많지 않은듯 길이 10cm쯤의 주사바늘을 보고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고 물없이 한꺼번에 5∼6개씩의 알약을 삼켜버려 당황하게 했다.
곡은 활달하고 말을 자주하는등 인간미가 있어 보였고 집안이야기를 물으면 딸이 보고싶다고 했으나 장은 무뚝뚝하고 별로 말이 없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언어소통. 「배 아프다」「졸립다」는등 간단한 내용은 수화로 통했으며 메모지에 한자로 쓴필담문을 50여장 주고 받았다는것.
이들이 입고있던 내의의 품질상태와 군용운동화 앞부분이 구멍이 난것으로 미뤄 보급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것같다고 했다.
귀국하면 처벌을 받느냐는 질문에 곡은 『부벌』이라고 응답, 여유를 보였으나 우리측이 선물한 옷을 입고 떠나는것을 거절할때 『이옷을 입을경우 목이 끊어진다』고 손으로 목을 자르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고 김양은 전했다.
『중공과 수교가 되면 중공을 방문해 그쪽 간호원들의 생활을 보고싶다』는 김양은 간호원생활 3년만에 가장 이색적인 환자를 간호원 경험을그대로 간직하고 싶다며 『김소저 감사』라고 부상승무원들이 쓴 메모지를 보여주며 활짝 웃었다.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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