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17년 숨바꼭질…소라넷 해외서버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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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몰래카메라 영상 유포와 성폭행 모의 등의 성범죄 온상으로 지목됐던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이 폐쇄됐다.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치명타
국제 공조로 120TB 서버 압수

서울경찰청은 네덜란드와 국제 공조수사를 벌여 지난 1일 0시48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소라넷 핵심 서버를 압수수색해 폐쇄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사이트 접속이 일시적으로 차단된 적은 있지만 서버를 압수수색해 폐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압수된 서버 용량만 120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경찰은 2010년에 소라넷 회원이 100만 명을 넘어섰고 그동안 운영자가 얻은 수익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99년 개설된 소라넷은 2009년 이후 트위터를 통한 홍보 등으로 몸집을 불렸다. 몰래카메라 영상이나 속칭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려 유포한 성관계 동영상), 연예인 합성사진 등의 음란물이 소라넷을 통해 유통됐다. 지난해 8월 여성들의 탈의 장면이 유출된 ‘워터파크 몰카 사건’이 대표적이다.

소라넷은 17년간 경찰과 숨바꼭질을 벌이면서 해외에 서버를 두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유지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사이트 운영자도 ‘테리 박’ ‘케이 송’ 등의 가명을 사용하며 수사망을 피했다. 하지만 경찰이 지난해 미국과 공조수사를 벌이는 등 압박하자 소라넷은 음란물 관련 서비스를 일부 폐지했다. 그러다 이번 서버 압수수색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현재 소라넷은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소라넷 운영자는 트위터를 통해 ‘서버 장애로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최대한 빨리 복구하겠다’고 공지했다. 소라넷 트위터엔 ‘소라넷이 정말로 끝난 것이냐’ 등의 골수 회원들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이 소라넷의 영구폐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리 백업해둔 서버로 사이트를 부활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새롭게 개설하는 서버도 외국 수사기관과 공조해 계속 폐쇄하겠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소라넷 운영진 검거다”고 말했다.

'소라넷'의 역사
♦  1999년  ‘소라의 가이드’ 사이트 개설
♦  2003년  ‘소라넷’으로 확대 개편
♦  2004년   사이트 운영진 등 63명 검거
♦  2010년   가입 회원수 100만 명 돌파
♦  2015년   미국에서 유럽으로 서버 이전
♦  2016년   한국 경찰, 메인 서버 폐쇄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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