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때문에 주민 피해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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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2일 김대중·김영삼씨의 세번째 회동은 김영삼씨의 김대중씨 집방문에 대한 김대중씨의 답방형식.
김대중씨는 상도동측이 파견한 최형우민추협간사장의 안내를 받아 예춘활·이룡희씨와 비서진을 데리고 이날 상오 8시50분 상도동 김영삼씨 집에 도착, 대문에서 김영삼씨의 영접을 받았다.
두 김씨는 1층 거실에서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며 약5분간 환담한 후 2층으로 올라가 배석자 없이 단독요담.
다음은 거실에서 나눈 두 김씨의 대화내용.
△김대중=(거실의 액자를 보며) 붓글씨를 참 잘 쓰시네요.
△김영삼=연금덕분에 억지로 썼지요. 우리집에 온 것이 5년만이지요.
△김대중=아마 10·26이후였던 것 같습니다. 그에 앞서 79년 5·30전당대회에서 김총재가 총재 당선한 다음날 여기와 점심 한그릇 얻어먹고 가다가 노량진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그길로 자택에 연금되어 그해 12월8일에 풀려났어요.
△김영삼=이집은 20년 된 것이고 내가 이사온 지는 17년이 됩니다.
△김대중=우리 동네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이 동네사람들도 피해가 많을 겁니다.
우리 동네사람들은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안팔리니까 날보고 싸게 사라더군요.
△김영삼=나도 자주 연금을 당하니 동네사람들한테 피해가 많아요.
남자들이야 그래도 좀 괜찮겠지만 동네 젊은 여자들은 제대로 출입을 못할 지경이지요.
△김대중=세상 좋아지면 우리 둘다 이웃사람들에게 저녁 한끼라도 대접해야겠어요.
△김영삼=이상하게도 해금 다음날부터 우리집 앞 골목을 파헤쳐 공사를 해 지금까지 끌고 있어요.
△김대중=거 이상하군요. 사흘 전부터 우리집 앞길도 뜯고 있어요.
두 김씨는 요담에 들어간 뒤 1시간만에 최기선민추협부대변인을 불러 합의사항을 구술로 받아 적게 한 뒤 발표토록 지시.
두 김씨는 발표문 서두에서『그동안 각계인사들을 접촉한 결과 우리 두사람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감당키 어려울만큼 지대하고 간절함에 면구스러움을 느끼며 겸손과 정성을 다해 민주화 추진에 합심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고 피력.
거실에 대기하면서 합의사항 발표를 들은 최형우 김명윤 윤혁표 조홍내 명화섭 윤영탁 김봉조 문정수 예춘활 이룡희씨 등은 두 김씨가 12대국회가 다루어야할 과제를 함축적으로 언급한 대목이 신민당의 대여전략의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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