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탈춤 등 전통공연예술 「흥행대행기구」 연내 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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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악·탈춤·고전무용 등의 대중보급 활성화를 위한 전통공연예술 흥행대행기구가 올해 안으로 발족된다. 문공부는 최근 이같은 흥행대행기구의 구체안을 마련, 흥행을 맡을 민간업체의 선정을 서두르고 있다.
순수 「민간차원」의 설립과 운영을 원칙으로 한 흥행대행업체 선정은 현재 중앙 일간 신문사와 TV방송국등이 유력시되고 있다. 흥행공연 출연진은 중요 무형 문화재로 지정된 각 전통공연예술 종목의 인간 문화재와 이수자·전수자들로 구성된다.
운영은 「초청공연제」로 사전 예약을 받아 출장공연하며 흥행의 대상은 각급 학교행사·직장연수·공무원연수·각종연회 등이다.
흥행은 각 종목별 대·중·소 공연 팀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팀별 공연요금 정가표를 만들어 널리 광고, 초청자의 경제적 능력과 기호에 맞추도록 했다.
흥행 대행업체가 공연할 전통예술 종목은 현재까지 무형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음악·무용·연극·놀이와 의식·무예 등 5개 분야의 54개 전 종목-.(도표)
이들 54개 종목의 전통공연예술 이수자와 전수자는 현재 5백86명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수자 중에는 준 인간문화재로 국가지정을 받은 사람도 29명이나 된다.
유능한 이수·전수자들은 흥행대행업체에 전속제로 근무케 해 공연활동에만 전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기구의 발족을 서두른 것은 전통예술의 대중화, 생계 보장, 활동 무대의 확장등을 노린 것이며 특히 폭넓은 전통문화 기층 인구를 확대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민학교 운동회·소풍 등은 물론 중-고교·대학의 각종 행사나 축제에 관례적으로 초청돼 시연함으로써 어릴 때부터 국악이나 전통무용을 익히는 주체적인 안목을 길러주자는게 흥행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정부 전통예술정책은 발굴과 보존, 전수교육에 머물렀고 대중과 호흡을 같이하는 전승보급에는 미흡했다.
당국의 현재 전통공연예술 보급정책은 행사와 발표의 성격을 갖는 연 1회의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봄·가을로 나눈 무형 문화재 발표공연, 각 전수회관의 발표공연 등이 고작이다.
또 민간차원에서도 임의 단체인 무형문화재 예술단의 수시 공연(서울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이 있는 정도다.
그러나 한국인의 심성 밑바닥에 흐르는 전통문화 의식은 아직도 도도하다. 지난해 개관된 서울시 잠실 마당극장이 별다른 선전광고 없이도 공연에 앞서 울리는 징과 북소리만 듣고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룬다는게 그 단적인 예다.
인간문화재들의 생계문제는 82년부터 생계지원비를 1백% 인상, 학술원회원 수준의 월 20만원씩을 국고보조하고 있지만 이수· 전수자의 경우는 전혀 지원이 없다. 이수자 중에는 준 인간문화재와 악사·전수교육 조교 등이 월 10만원씩의 장려금을 받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인간문화재 급의 이수자들까지도 생계를 위한 별도의 직업을 가졌고 무형문화재 기능은 「취미」나 부업에 그치는 예가 대부분이다.
전통공연예술 흥행대행기구 설립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적자가 예상되는 초기단계 운영재원의 지원과 흥행화에 따른 대중 영합의 원형 이탈 가능성, 지방 거주 기능 보유자 문제등이다.
대행업체는 분야별로 복수화 되겠지만 단원 월급 등이 공연 수익금만으로 충당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며, 지방 거주자 전속에는 이사 문제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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