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구청장 인질 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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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목동 신시가지 조성으로 가옥이 헐리는 일부 집주인들이 19일 상오 강서구청 부청장 유내봉씨(54)를 납치, 「아파트 무상 입주」 등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였다.
주민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염병·오물·자갈 등을 준비, 경찰과 대치했으며 설득하러간 목1동 동장 박사길씨(52)를 연금했고 연금을 말리던 강서 구청 주택과장 양경균씨(52)를 때려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납치됐던 유 부청장은 연금 16시간만인 20일 상오 3시쯤 동장 박씨와 함께 풀려났으며 주민들은 상오 5시까지 농성을 계속하다 당국의 설득으로 자진 해산했다.

<납치>
집주인 70여명은 상오 11시쯤 목1동 동사무소 옆 중부운수 사무실에서 목동 새마을 지도자·전세 입주자 등 1백여 명에게 서울시의 목동 전세 입주자 보상대책 4개항을 설명하고 나오던 유 부청장을 포위, 6백여m 떨어진 신정 배수 펌프장으로 끌고 갔다.
이때 부청장과 함께 나오던 양경균 주택과장은 주민들로부터 얼굴과 목이 할퀴고 점퍼와 넥타이를 찢기는 등 전치 10일의 폭행을 당해 인근 신정 대동병원에 입원했다.
양과장에 따르면 상오 11시 정각 회의가 끝난 뒤 유 부청장 등 직원 2명과 함께 문을 나서는 순간 중부운수 사무실 부근에서 대기 중이던 주민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뒤 이중 40세 가량의 여자가 다가서며 『이××가 제일 악질이다』면서 시비를 걸며 유 부청장의 허리띠를 잡고 납치했다는 것.

<연금>
주민들은 유 부청장을 일단 펌프장 좌측 유리 가게로 끌고 갔다. 이곳에서 철거대책추진위원회 권 위원장 등 주민들은 유 부청장에게 집주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는 각서를 쓸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어 상오 11시 30분쯤 목1동 파출소장 김영정 경사와 목1동 박사길 동장이 바리케이드를 뚫고 주민들을 설득하려 했으나· 주민들은 박 동장도 함께 연금하고 김 소강에게는 구청· 경찰 측과의 연락을 허용했다.

<방면>
유 부청장은 20일 상오 3시쯤 김씨 집에서 풀려나 동장 박씨와 함께 목동 파출소 김영정 소장의 안내로 농성장 반대편 골목으로 빠져 나와 강서 구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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