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3색 인형극 30일간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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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짜임새 있는 기획 공연을 선보여 온 정동극장이 또 하나 눈에 띄는 공연을 마련했다.

'3국3색(3國3色) 인형극'. 인형극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러시아.체코.일본의 실력있는 극단이 열흘씩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분명한 인형극을 선보인다.

극장 측은 "단순히 인형에 줄을 매달아 이야기를 풀어가는 수준을 벗어나 마임.뮤지컬.연극 등 타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했다. 인형극 세편을 보면 여러 장르의 작품을 본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의 02-751-1500 또는 홈페이지 (www.chongdong.com)

*** 러시아의 익살

# 인형극에 인형이 없다?

더 이상 예쁜 인형은 없다. 그저 냄비.국자.옷걸이.낡은 옷이 인형의 얼굴이 되고 팔다리로 변신하기도 한다. 인형을 움직이는 줄도 없다. 두 명의 마임이스트의 손이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러시아 인형극단 채마단의 '뚜엣'에 등장하는 인형들은 모양과 소재, 움직임에서 다른 인형극과는 뚜렷하게 차별된다. 낡은 옷을 입은 양철 냄비가 관객들을 향해 웃고 떠들고, 인형과 배우가 한 몸이 돼 춤추고 노래하는 식이다.

인형 관련 전공자들로 구성된 극단 채마단은 인형극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여 왔다. 총 예술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안드레이 크니쉬코프는 현재 러시아의 공훈배우다.

크니쉬코프와 또 한명의 배우는 '두명의 피아니스트''멋쟁이 할아버지'에서 익살스러운 마임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공연시간은 70분이다. 17일부터 27일까지.

*** 체코의 흥겨움

# 체코 아저씨들이 한국말 하네

체코 극단 미노의 '빅 트립'은 정적인 인형극을 거부한다. 기존의 인형극에 연극.뮤지컬.콘서트.마임 등 여러 공연 장르가 혼합된 새로운 형식의 인형극이다.

공주가 괴물에게 반지를 빼앗기자 세 마리의 장난꾸러기 요정 고블린이 반지를 되찾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잡아먹힌 고블린은 괴물의 뱃속 탈출을 시도한다.

막대 인형.천 인형.줄 인형 등이 다양하게 나와 고블린과 무서운 괴물을 연기한다. 인형을 움직이는 다섯명의 배우는 노래를 제외한 모든 대사를 한국어로 말한다. 공연시간은 70분.

'빅 트립'에서 사용되는 음악과 효과음은 모두 네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가 담당한다. 드럼.기타 등 전자악기와 트럼펫.트롬본.아코디언과 같은 클래식 악기들을 혼합한 연주도 들을 만하다.

체코 인형극단의 첫 내한 공연이다. 31일부터 8월 10일까지.

*** 일본의 따뜻함

#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인형

일본 극단 가와세미자의 인형극 '드림스 인 어 토이 박스(Dreams in a toy box)'는 감성인형극이다. 천 쪼가리 인형이 어찌 사람의 희로애락 등 세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랴.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인형들은 즐거움.외로움.슬픔 등 인간의 감성을 고스란히 묘사한다.

비언어극으로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바람의 희롱으로 목각 말의 인생이 변하는 '바람의 영혼', 나비를 따라 여름의 추억을 좇는 '꿈을 좇아서', 해변을 놀이터 삼아 성장한 바다 소년 야무의 이야기인 '바다의 야무' 등 물.바람.바다와 같은 자연이 주요 소재로 나온다.

1996년 헝가리에서 열린 인형극 페스티벌에서 언론이 "몸짓만으로 시(詩) 언어를 구사하는 가슴 따뜻한 인형극"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은 작품이다. 8월 14일부터 24일까지.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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