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 '문화 트레이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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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자기 나라의 문화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칫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올 수 있는 조직 내부의 위화감을 해소하고, 현지 직원들과 본사의 친밀도를 높이자는 의도다.

이를 위해 현지 직원을 본사에 근무시키고, 본사 방문을 겸한 '체험투어'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 프랑스에 본사를 둔 통신업체 한국알카텔은 직원의 생일이나 회사 기념일 등에 임직원들이 함께 모여 프랑스 음식과 와인을 즐긴다. 직원들이 프랑스 문화에 접하며 본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출신의 카를로 코티 본부장과 프랑스인 올리비에 조단 부사장은 와인동호회를 만들어 한달에 한번씩 와인파티를 열고 있다.

이 회사 최동율 차장은 "와인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지면서 본사에 출장가거나 미팅을 할 때 와인을 주제로 대화를 편안하게 이끌 수 있다"며 "와인파티를 통해 직원들 친목 도모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은 '캐나다데이'에 자원봉사자 등으로 참여해 문화사절 역할을 하고 있다. 캐나다데이는 캐나다가 1867년 7월 1일 영국으로부터 자치권을 얻은 것을 축하하는 날이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유엔부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는 단풍잎 무늬로 치장한 캐나다 사람들과 한국인 1백여명이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모인 사람들은 캐나다 통신회사 텔러스의 한국 합작회사 텔스크의 조앤 베론 사장(주한캐나다상공회의소 회장), 에어캐나다 한국지사 직원, 에델만코리아의 캐나다인 사장 로버트 피카드, 에델만코리아의 한국인 직원 등이었다.

에델만코리아 이지원씨는 "함께 기뻐해주는 가운데 다른 문화에 대한 거리감이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모발 관리업체 스벤슨코리아는 매년 연말이면 1백50여명의 직원이 모두 유럽풍 의상을 입고 댄스 경연대회 등을 벌이는 파티를 연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유럽 문화를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밖에도 본사 담당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매너와 해외 트렌드를 소개하는 '글로벌 스벤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숙자 사장은 "현지 직원들이 본사 기업 환경에 빨리 적응하도록 하는 데 문화알리기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본사 방문.교류도 한 몫= 2000년 한국에 진출한 JVC코리아는 한국 지사 직원들 전체가 참가하는 '일본 체험 투어'를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직원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엄성호 부장은 "여행을 앞두고 이데구치 요시오 사장이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철저하게 일본을 즐기고 이해하라'고 특명을 내렸을 정도"라며 "직원들의 단합과 애사심이 커지는 효과는 물론 JVC의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성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본사 체험 프로그램이 JVC코리아를 이른 시간 내에 자리잡게 한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세계 1백여개국에 진출한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신데라보는 1년에 두번씩 팀장급 신입사원을 파리에 모아 각국의 문화를 선보이고 본사 문화를 느끼는 '링스 세미나'를 열고 있다. 업무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미국식 모임과는 달리 소속감을 심어주는데 주력한다.

본사.지사를 구별하지 않는 인사교류도 이질적인 문화 융합에 도움을 준다. 미국계 종합화학 회사 듀폰코리아는 현재 9명의 한국인 직원들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독일계 제약.화학회사인 바이엘코리아도 전세계 사업장에서 일할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아예 전세계 관계사의 결원을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시해 지원자를 받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4명이 독일 본사에서, 2명은 미국 지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중국 상하이 공장이 문을 열면서 해외 근무자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바이엘코리아 김지윤 부장은 "다국적 기업에서 어느나라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문화와 풍토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직원들은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글로벌 인재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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