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과 환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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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들어 수출이 계속 주춤하면서 국내경기도 내림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년초 두달간의 경기동향만 가지고 올해의 경제를모두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또 연초의두달은 구정과 총선을 치르느라 경제활동이 상대적으로 뒷전이였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경기의내림세는 다분히 계절요인과 관계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동안의흐트러진 금융의 흐름을 바로잡고생산활동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면2·4분기이후의탈력회복은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싯점에서 우려하고 관심을가져야할 대목은 아무래도 수출과국제수지 문제다.
이문제는 국내사정뿐 아니라 바깥 형편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단순히 계절요인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연초의 수출부진은 우선 그 정도로 미루어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두달간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15%나 줄어들었을뿐 아니라 앞으로의수출주문조차 큰폭으로 떨어진 점을 주목해야한다.
이런 변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판단은 몇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문제를 낙관하는 사람들은 지난년말「실적채우기」분에 연초수출몫까지 미리 실어낸 탓으로 보고 있다.
한동안 없어졌던 이런 무리의재현이 연초의 수출에 지장을 주었을 가능성은짐작할만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수출의 경쟁력부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더 강력하다.
수출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나 무엇보다도 가격경쟁력을 중시하는쪽에서 달러강세에 따른 원화의 과대평가를 지목하는 주장이 많다.
작년 하반기이후의 환율변동을살피면 이런 주장은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원화의 환율이 너무달러화중심으로 연동되는탓에 엔(화)화나 구주통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는 경향이 작년이후 부쩍 심화되었다.
작년3월이후 파운드화는달러에 대해 27.8% 떨어진반면 원화에 대해서는 7.2%밖에 안떨어졌다.
프랑, 마르크화나 일본엔화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같은 환율구조때문에 구주바이어들이 대거 발길을돌려 동구건등으로 이동하는 현상이심각하다.
미국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이들 통화건상품들과는 경쟁이 거의 불가능해질것은 자명하다.
이 경우 대만처럼 수출마진의 여유가 있다면 그런대로 버티지만 우리는 그런 마진이 거의한계에 와있다는 것이 수출업계의 자탄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때 정부가 환율바스킷구조를 고쳐 엔화와 구주통화의 환율을 단계적으로 실세화시키겠다는 구상은 때늦지만 이지역수출부진의 유효한 타개책이 될 수있다.
다만 이같은 실세화는 달러화의 강세가 상당기간 유지될것이라는 전망이 전제돼야 한다.
문제는 달러이외 통임의 실세화만으로 수출경쟁력구조가 일신될 것인가하는 점이다.
이점에 관한한 현재의 수출산업구성으로 볼때 비관적 견해가 더많은 것같다.
주종수출상품들이 대부분 기술·원자재·생산성등에서 한계가 있고 이를 대체할 혁신·첨단제품·고급품의 개발은 여전히 시간을 더 요하는 싯점이어서 이를테면 수출구조의 전환기에 와있는 셈이다.
따라서 지금의 수출정책은 이런과도기적 문제에 대응하는 장단기복합적인 전략이 되지않으면 안된다.
소재산업부터 중간재·부품산업과 완성재에 이르기까지 시장전략을 국내외로 나누어 재구성하고 전략상품의 신개발을 주축으로 투자·생산계획을 세우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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