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공작임무 받고 송환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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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괴는 작년에 전시 비상식량 공장을 준공하는 등 여전히 전정준비에 광분하고 있으며 납치해간 우리 어민들에게는 특수공작 임무까지 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5일 서해 백후도 근해에서 조엄종 북괴 경비정에 납치됐다 송환된 제12광남호와 제2동주호 선원 21명은 9일 상오10시 서울 장충동 반공연맹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폭로했다.
선원들은 광남호와 동주호가 2월5일 하오2시쯤 백후도 서쪽 36마일 공해상에서 북괴 경비정 3백93호로부터 AK자동소총 공격을 받고 강제로 끌려가 강요에 못 이겨『영해를 침범했다』는 거짓자백서와 사죄문을 썼으며 억류기간중 매일 3∼4시간씩 소위 김일성의 주체사상·북괴의 사회복지정책 등 정치사상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선원들 5명 또 남포시내 와우도여관에 억류돼 있는 동안 북괴공작지도원들이『팀스피리트훈련은 북침을 위한 전쟁연습』이라고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작년 4월 뜨거운 물만 부으면 곧바로 먹을 수 있는「말린 쌀밥공장」을 건설했다는 선전을 했다』고 밝혔다.
이 지도원은「말린 쌀밥」은 쌀을 씻고 돌을 골라낸 다음 수증기로 쪄서 다시 말린 것으로 밥맛은 좀 떨어지지만 전쟁시나 야전용으로는 제격이라고 자랑했다는 것이다.
북괴는 또 선원들에게 ▲남한으로 송환된 후 대남 공작원이 신문에「이산가족 찾기」광고를 내면 접선해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고 ▲대학생 시위에 적극 가담하되 반드시 폭력을 행사하고 ▲국제우편을 통해 전달되는 북괴의 선전책자를 탐독, 동료들에게 열람시켜 동조자를 확보하라는 지령을 했다고 폭로했다. <주요회견내용 6면>

<<해설>단시일 내보내 선전효과 노려|실추된 입장 만회하려는 속셈>
북괴가 납치해 갔던 어선을 비교적 단시일인 24일만에 되돌려 보낸 것은 또 다른 공작술수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휴전이래 지금까지 북괴는 우리어선 4백 56척과 어부3천6백10명, 그리고 항공기 3대와 승무원들을 남북한 뒤 아직도 항공기 3대와 어선 31척·어부 4백7명을 억류하고있다. 그 동안 어선을 납치해 갔다가 송환하는데는 대개 3∼4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이번에 최단시일 내에 되돌려 보낸 것은 어부들과 그 가족들로부터 환심을 사고남북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국제적으로 실추된 그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납북어선 송환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북괴가 어부들에게『남한에는 인구도 많고 핵무기를 배치, 전쟁이 나면 북쪽이 진다』고 말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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