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병 앓는 환자모임이 늘었다|투병담 통해 안정얻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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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동병상련의 일체감속에서 투병의지를 북돋우고 있는 환자들의 모임이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환자들은 이들 모임을 통해 서로의 투병담을 교환하며 정신적인 안정을 얻고, 그들만의 어려움에 공동대처하면서 재활과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런 모임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한국신장협회와 이 달 16일에 창립하는 한국오스토미협회를 소개한다.
〈한국신장협회〉
신장기능을 잃은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의 모임인 신장협회는 80년 11월30일 당시 17명의 환자로 출발했다.
환자들은 신장이 제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면 평생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을 통해 기계적으로 피를 걸러줘야 생명의 유지가 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은 주2∼3회 인공신장기가 설치된 병원에 들러 한번에 6시간씩 피를 걸르면서 살아간다.
한번 혈액을 투석하는데 드는 비용은 8만∼8만5천원 정도,보험인경우 자기부담은 1만4천5백20원이다. 한달 비용은 보험환자가 15만원안팎이며 여기에 영양제·이뇨제등의 약값까지 합치면 20만원정도의 비용이 든다.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도 어떻게 하면 생계를 유지하면서 치료도 받을수 있을까 하는점. 그 동안 협회가 법적투쟁을 벌여 본인부담률을 크게 낮추고 보험혜택기간도 늘렸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투석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는 나철균회장(주식회사 대영이사)의 말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신부전증 환자는 8천명선으로 잡고 있지만 7백여명만이 투석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중 서울의 3백20명을 비롯해 4백5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협회는 더 많은 환자에게 더 싸게 혜택을 베풀기 위해 직할 인공신장센터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기금조성을 위해 우선 1차로 한국미술협회의 협찬을얻어 6월에 자선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 하반기에는 30∼50대의 인공신장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희망에 차 있다.
이밖에 회원들의 취업대책도 세우고 있으며 회원상담을 위한 「신협회보」를 발간하고 있는데 나회장은 고용주를 비롯한 사회의 따뜻한 이해와 협조를 갈구하고 있다.(연락처=서울 중구 을지로 6가21 금용빌딩 206A호)
〈한국오스토미협회〉
직장암이나 대장암 수술후 인공항문을 달고 있는 환자들의 모임으로 오는 l6일 하오3시 종근당빌딩(서울충정로) 15층 강당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정식 발족할 예정이다.
오스토미란 신체에 외과적으로 만들어진 구멍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공항문을 비롯해 회장루 요루 등이 포함된다.
오스토미협회 설립을 주도하고있는 사람은 김두현씨(필동교회 장로). 자신이 1년전 백병원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아 인공항문을 갖게 되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때문에 삶을 포기하거나 수술을 포기하고 있고, 또 말못할 고민으로 실의에 빠져 있음을 알고 몇 사람이 뜻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 환자들은 생활상의 불편이 많은데다 그렇다고 누구하고 상의할데도 없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
협회는 우선 재활의료상담실을 운영해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예정이다.
인공항문의 관리요령, 사용상의 불편해소요령, 변조절, 식이요령, 성생활· 목욕등 일상생활요령, 냄새관리요령, 가호요령 등을 상담해주고 수술기피환자·수술대기환자상담도 펴나갈 계획이다.
또 시청각 교육·회보발간을 통한 계몽과 코스토미백등 의료용구의 공동구매나 알선도 하며 박길수(을지병원)·김광연(고려병원)·이혁상(백병원)·박재갑(서울대)교수 등 20여명의고문도 둘 계획.
창립총회때 무료로 나눠줄 「인공항문·회장루 및 요루 관리안내서」를 만들고 있는 박재갑교수는 외국에서는 20∼30년전부터 오스토미협회가 조직되어 있다면서 이런 모임을 통해 누구도 가르쳐주지 못하는 관리요령을 알고 또 정신적인 재활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같은 인조루를 가진 환자는 전국적으로 2만∼3만명으로 추산되고있다<신종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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