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서 훈련한 CIA, 폭발물 깜빡 두고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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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라우돈카운티의 브라이어우즈 고등학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주 통학버스를 빌려서 훈련에 이용한 뒤 폭발물 일부를 남겨두고 철수해 학생들이 이틀 동안 폭발물이 실린 차를 타고 다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CIA는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버지니아주 라우돈카운티의 브라이어우즈 고등학교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CIA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폭발물 탐지견 훈련을 위해 이 학교의 통학버스에 폭발물을 설치했으나, 훈련이 끝난 뒤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중 일부를 미처 회수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학생들은 지난달 28일과 29일 양일 간 폭발물이 탑재된 통학버스를 이용했다. 30일 버스 정기점검을 맡은 정비공이 폭발물을 발견할 때까지 이 차량은 폭발물을 실은 채로 인근 3개 학교 26명의 학생을 태우고 총 233㎞를 달렸다.

라우돈카운티 공립학교 대변인 웨이드 비아드는 "CIA는 우리에게 자신들이 설치한 폭발물이라며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폭발물 조사에 참여한 라우돈카운티 보안관실은 "훈련에 사용된 폭발물은 매우 안정된 상태였다. 버스에 탑승했던 학생들에겐 아무런 위협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CIA 등 수사 당국은 실제 상황 같은 훈련을 위해 종종 학교 시설을 빌린다. 지난주 훈련에선 통학버스 뿐 아니라 학교 내부에도 폭발물을 설치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교 측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비아드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사건에 매우 당황하고 있으며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CIA측은 향후 이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절차가 마련될 때까지 교내 훈련을 중지할 방침이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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