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임차료 51억원 날린 병무청…사회복무요원은 편법으로 복무기관 옮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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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병무청이 건물 임대 과정에서 계약을 잘못 체결해 51억원의 임차료ㆍ관리비를 건물주에게 과다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31일 공개한 감사 결과에서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지방병무청은 지난 2008년 2월 서울 관악구 소재 빌딩 6~9층을 사회복무교육센터로 사용하기 위해 건물주인 A사와 임대계약을 맺었다. 당시 이 건물은 증축 공사 중이어서 정확한 임대 면적 산정이 어려웠고, 병무청 계약 담당자들은 A사가 제안한 면적인 5033㎡으로 계약을 맺기로 했다. 원래 계약서에는 ‘계약 면적과 임차 면적에 차이가 있으면 임차료와 관리비를 조정한다’는 특약사항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병무청 계약 담당자는 설 연휴 기간 중 A사 담당자를 별도로 만나 이 특약사항을 임의로 삭제한 문서로 바꾸고 개인 도장을 날인한 뒤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감사원 측은 설명했다.

건물 증축은 2008년 10월 완료됐으나 병무청 계약 담당자는 2013년 12월까지 3차례 계약을 연장하면서도 실제 임대면적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감사원 확인 결과 실제 임차 면적은 계약서상 면적의 61%인 3070㎡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8년간 약 51억4000만원의 임차료와 관리비를 과다 지급한 셈이 됐다. 계약 담당자는 감사 과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병무청에 계약 담당자를 중징계에 해당하는 강등 조치할 것과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 전광춘 대변인은 통화에서 “단순 실수라고 보기 어려워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또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 일부가 노인ㆍ장애인 사회복지시설 근무가 고되다는 이유로 주민등록을 이전하는 편법을 통해 복무기관을 바꾸고 있다고 병무청의 병역 이행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감사원이 2014~2015년까지 ‘거주지 이전’을 이유로 3개월 내 2회 이상 복무기관을 변경한 사회복무요원 103명을 조사한 결과, 82명이 고시원ㆍ친척집 등으로 주소만 바꾼 뒤 업무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복무기관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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