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퇴 강행이냐, 1년 연기냐… 여자농구 박찬숙 "고민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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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3월단행이냐, 1년연기냐.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인 박찬숙(박찬숙·26·태평양화학)이 은퇴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박찬숙은 지난해 12월 점보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이번 대회를 끝으로 15년간 정든 코트를 떠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기간중 박은 소속팀인 태평양화학 서성환(서성환)회장이 완곡히 만류, 1년정도 더 뛰어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딜레머에 빠지게 된것. 당초 박은 5월께 오퍼상을 경영하는 서모씨와 결혼하는것으로 알려졌었다. 결혼문제에 대해 박은 물론 부친인 박응서(박응서)씨도 완강히 부인해왔다.
박은『이젠 체력의 한계를 느껴 은퇴를 결심하게됐다. 실업8년째를 맞아 이젠 코트에 나서면 팬들의 갈채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외로움을 느낄때가 많다』고 은퇴이유에 대해 말한바 있다. 이같이 박은 은퇴를 기정사실화 했으나 점보시리즈 3차대회가 시작되면서 서성환회장이 박의 부친과 직접 은퇴연기를 은밀히 교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태평양화학 코칭스태프(신동파·김동욱)진도 박선수 은퇴문제에 대해선 전혀 아는바가 없으며 3차대회가 끝나야 확실하게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확담을 피하고 있다.
농구관계자들은 오는3월10일 챔피언 결정전 폐막식에 박찬숙의 은퇴문제가 전혀 거론이 안되고 있는 점을 지적. 은퇴를 연기한 것이 확실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약혼자로 알려진 서씨가 지난주 부친상을 당해 설령 결혼을 약속했더라도 금년안에는 이뤄질 수가 없는점도 박의 은퇴연기를 뒷받침하고있다.
지난75년 숭의여고 1년때 국가대표로 뽑힌 박은 77년 태평양화학에 입단하면서 억대의 스카웃비와 드래프트제도의 변경(연고제)등 갖가지 화제를 일으켰었다. 박이 입단하면서 태평양화학은 7년동안 무적함대로 군림, 철옹성을 구축해왔다. 76년1월에 창단한 태평양화학은 박이 입단하기 전 2년동안 단두차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태평양화학은 박이 뛰기시작한 78년 1월 이후 금년 점보시리즈 2차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전국대회26개의 타이틀을 획득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태평양측이박의 은퇴를 만류하는 것도 박은퇴 이후 팀전력의 약화를 우려하기 때문.
지난 60년대 박신자가 여자농구를 주름잡을 당시 일본대표팀 감독이었던「오자끼」(옥기)는『박찬숙의 파워는 박신자를 능가한다. 우선 키에서 10cm이상 큰데다 장신선수로 유연성이 뛰어나 아시아농구에선 10년안에 나오기 어려운 선수인 것 같다』고 극찬했었다.
조승연 전 대표팀감독은『한국 농구는 이제까지 박찬숙 중심의 플레이를 구사해왔다. 박찬숙은 신체적 조건 뿐 아니라 농구센스도 뛰어나 모든 패턴을 잘 소화해 냈다』면서 『박이 1년더 현역서 뛰는 경우 성정아 문경자 조문주 이은석 등 앞으로 국가대표 센터가 될 후배선수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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