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음악교육|"「감성」외면, 지식만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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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초·중·고교에서의 음악교육이 서구음악 위주의 특정음악 형식에 치우친데다 지식전달에 그치고 있어 소기의 교육적 효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성천교수 (서울大·국악)는 최근 가창영역을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의 음악교과서를 비교·분석한 논문「한국 음악교육의 문제와 대책」에서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음악교육의 목표>
우리나라 음악교육의 목표는 음악자체만의 이해를 위한 기초능력을 기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음악교육을 통해 앞으로의 사회활동을 위한 기초적 소양을 기르는 등의 비교적 폭넓은 배려를 하고 있다. 학년별 학습목표도 단순한 지식전달 차원이 아닌 감성적 단계로 설정, 그에 따른 적절한 악곡을 선정했다.

<편중된 교육자료>
우리나라 국민학교 음악교과서는 지나치게 서양음악 위주로 싣고 있다는 것(96·4%) .
국악이 외면당하는 것은 중·고교에서도 마찬가지. 우리 가곡이나 국악을 합해도 서양음악소개(중학교 58·9%,고교52·5%)에 못미친다.
시대적으로도 고전·낭만파 음악인 18, 19세기의 음악양식(36· 6%)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있고, 「포스터」「슈베르트」「모차르트」등 일부 유럽 음악가의 곡이 중복돼서 취급되고 있다.
전체 노래곡 중 민요가 60·2%를 차지하는데, 미국(13곡) 및 독일(6곡) 영국(5곡)등 서구의것에만 편중돼있고 아시아 인접국가의 민요는 전혀 소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의 교과서가 중세음악에서부터 「존·케이지」의 전위음악에 이르기까지 고루 다루면서도 한국의 『달아달아』『도라지타령』등을 포함, 세계 여러나라의 민속음악을 소개하고 있는 점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교육방법>
우리의 음악교육은 아직도 교사가 음악교과서를 보면서 단순히 관련지식을 주입하는 「교사및 교과서 중심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음악에대한 이해를 그림·공예·시·무용·영화 등의 자매예술을 통해 폭넓게 접근시키고 있다는 것. 대중가요인 팝과 「비틀즈」음악까지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82년에야 비로소 국민학교 1, 2학년 음악교과서를 「즐거운 생활」로 바꿔 놀이및 동작과 함께 음악에 접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민요곡도 상당수가 국민학생들의 가창교육자료로 부적합하다는 이교수의 주장이다.
어른들의 민요를 그대로 국민학생들에게 부르게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따라서 『전통동요를 발굴·수집하여 이를 개작해서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이교수는 대책을 말한다.
어느 한 시대의 특정한 형식의 음악을 지식전달 위주로 가르치는 현행 음악교육은 자칫 학생들의 사고의 범위와 능력을 제한해 편협하고 독선적인 인간으로 만들 우려도 있다는 교육계의 진단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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