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수사』로 협박범을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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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식품4사 독극물 협박범 신길현씨 (38)가 구속된 지난달30일 삼양식품에 두 차례나 협박전화를 건 「이길남」 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이길남」 에 대한 단서는 해태제과에 보낸 협박편지2통과 협박전화의 녹음된 육성이 전부.
협박편지의 필적 못지 않게 범인의 육성도 사건해결에 큰 도움이 되고있어 협박전화의 목소리 분석에 기대를 걸고있다.

<목소리무늬분석>
지문이 만인부동 평생불변인 것처럼 육성도 개인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연령에 따라 조금씩 변하지만 변성기이후에는 판단할 만큼 충분한 양의 음성만 확보되어 있다면 개인의 독특한 특징이 뚜렷이 드러나며 타인의 음성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또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교묘하게 가성을 내거나 남의 목소리를 감쪽같이 흉내내더라도 본 목소리의 기본적인 특징은 감출 수 없다.
바로 목소리로 범인을 가려내는 것이 성문 (성문) 수사.
목소리는 음파로 구성되며 이 음파는 사람마다 독특해 해당주파수의 에너지만큼 특수용지를 태워 지문처럼 판독할 수 있는 목소리의 무늬를 만드는 것이다.
성문판정의 정확도는 필적감정을 훨씬 능가해 불과 2∼6% 오차만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문수사>
우리 나라도 관계기관에 음성분석기 「디지틀 소나그라프 7800」 이 지난해 3월 도입돼 성문수사시대를 열었으나 각 지역별· 연령층별·학력·직업 등 각 계층의 우리말 음성분석에 한 기초자료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아직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기관은 올해 최신 음성분석기 「스피치 스펙트로 그라프 디스플레이」를 도입하고 음성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말의 음성분석을 완료, 본격적인 성문수사시대를 열 예정이다.
이번 사건의 「이길남」 수사에서도 성문수사에 기대를 걸어봄직하다.
우선 녹음된 이의 육성을 음성학자에 의뢰해 나이·출신지방 등을 가려낼 수 있으며 범인의 육성을 공개함으로써 시민들의 제보로 용의자가 나타났을 때 동일인 여부를 분명히 밝힐 수 있다.

<외국의 성문수사>
미국과 일본 등 과학수사가 발달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성문수사가 유괴범죄수사 등에 크게 활용되고있으며 법정에서도 유죄의 증거로 채택되고 있다.
성문은 음성분석기를 통해 분석된 음성음파 중 에너지가 집중된 모음부분의 주파수·폭· 강도· 시간에 따른 변화, 음성기관의 공명시간, 성대의 기본진동수, 기본진동수의 시간에 따른 변화, 발음지속기간, 자음의 주파수분포 등 각각의 특성무늬가 종합적으로 표시되며 각 구성요소별로 따로 분리할 수도 있다.
음성분석연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 국방성이 벨연구소에 의뢰한 것이 시초.
미 국방성은 적군 무전병의 목소리를 분석, 확보해둠으로써 이 무전병의 이동으로 부대이동을 확인하거나 작전명령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이 연구에 착수했었다.
현재 미·일 등의 성문수사는 고도로 발달돼 법인의 목소리만으로 나이· 키· 출신지방· 치아의 특징 등을 가려낼 뿐만 아니라 전과자의 성문을 지문처럼 필름으로 보관해 중요한 수사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복수용의자 중 진범을 찾아내는 확률은 1백%에 이르고있다.
일본에서는 81년 여대생 「사유리」 양 유괴사건 때 범인의 전화목소리를 녹음해 나이·키· 치아상태·출신지방 등을 파악한 후 공개수사를 펴 시민제보로 법인 「기무라」를 검거해 화제가 된 일이 있으며 매년 성문수사건수가 증가해 74년의 1백38건이었던 것이 80년에는 3백 건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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