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가지 질병 2004년부터 진료비 정액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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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맹장염 수술 등 일부 질병의 진료비가 공산품처럼 정액(定額)제로 바뀔 전망이다. 지금은 진료 행위의 양을 따져 진료비를 내고 있지만 정액제가 시행되면 진료비가 14% 가량 올라 환자 부담이 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질병군별 포괄수가제(DRG)를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지금은 원하는 병.의원만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포괄수가제란 진료나 검사 등 의료 행위의 양에 관계없이 정해진 진료비를 내는 제도다. 가령 대학병원에서 합병증이 없는 맹장수술을 받으면 무조건 1백1만5천여원(환자부담은 55% 가량임)만 낸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적용되는 질병은 맹장수술.정상분만.제왕절개.백내장.치질.탈장.편도선.자궁수술 등 여덟 가지다.

복지부는 다만 정상분만의 경우 사람에 따라 증세의 차이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괄수가제는 1997년 맹장수술을 시작으로 2001년까지 시범 실시하다가 2002년 원하는 의료기관으로 확대됐다. 당초 이달부터 전면 시행키로 했으나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뤄진 상태다.

현재 대학병원 2곳, 중소병원 2백75곳, 동네의원 1천5백69곳 등 1천8백46곳의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면 중소병원 중 종합병원(1백병상 이상)과 대학병원은 모두 시행해야 한다.

중소병원 중 소규모 병원(30~99 병상)과 동네의원은 해당 질병과 관련된 데만 참여한다.

포괄수가제의 수가(酬價.의료행위의 가격)는 지금처럼 행위별로 따질 때보다 평균 14% 가량 높게 책정돼 있다. 그래서 이만큼 환자 부담이 늘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들이 이윤을 내기 위해 검사나 입원 일수를 늘리고 불필요한 진료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이 정해져 있다 보니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데도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환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또 병원들도 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비 부담이 전가된다고 불만을 보이고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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