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라운드 실수에 잠 설쳐, 새벽 6시부터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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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정말 믿기지 않아요. 생애 최고의 라운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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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72홀 최소타 타이기록을 뜻하는 ‘-27’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김세영. [피닉스=이지연 기자]

LPGA투어 72홀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운 김세영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어제 라운드를 한 뒤 걱정을 많이 했다. 누구나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는 쉬운 코스여서 마지막날 플레이가 중요했다. 고민을 하다가 ‘후회없이 준비를 하자. 하늘이 감동할 만큼 준비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늘이 감동했나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스코어로 우승해 정말 기쁘다.”
눈부신 플레이를 펼쳤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마인드 컨트롤을 잘 했다. 과거에는 화가 났을 때 감정을 컨트롤 못하는 단점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화를 누그러뜨리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에 초점을 뒀다. 예전에는 도전적이고 우승하려는 마음으로 덤볐는데 올해 몇 대회를 치르면서 너무 의욕이 넘쳐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오늘 가장 중요했던 승부처는.
“전반 9홀에서 5개의 버디를 잡았는데 제일 먼거리의 버디퍼트가 3m밖에 안될 정도로 샷 감각이 좋았다. 그래도 파5의 11번 홀이 가장 중요했다. 251야드를 정도를 남겨 두고 5번 우드를 잡았는데 그린에 공이 올라갔다. 홀 60cm에 붙어 이글을 한 게 기억에 남는다.”
오늘 경기가 생애 최고의 라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한데
“그렇다. 코스가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좋은 스코어가 나올 지 몰랐다. 오늘 라운드를 하면서 스코어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냥 내 골프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2위와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계속 공격적으로 갔다.”
어제 마지막 3개 홀에서 2타를 잃었던 게 마지막날 플레이에 영향을 미쳤나.
“그렇다. 3라운드 후반에 나온 실수가 나를 좀더 단단하게 만들어줬고, 승부욕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어제 해가 질 때까지 연습을 하고 들어갔는데 그래도 실수 장면이 생각나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오전 6시에 나와 1시간30분 정도 연습을 하고 라운드를 시작했다. 원래 드로 구질인데 그린 오른쪽에 핀이 꽂힐 것에 대비해 페이드 샷을 연습을 많이 했다. 이게 큰 효과를 봤다.”
72홀 최소타 기록을 세웠던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축하 이메일을 보냈다는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소렌스탐에 관한 책을 읽었다. 소렌스탐 같은 전설적인 선수가 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다니 영광이다. 나도 나중에 후배들에게 그런 선수로 남고 싶다.”

피닉스=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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