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홀 최저타 타이 우승 김세영 "나도 전설의 길 따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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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홀 최저타 타이 기록인 27언더파를 친 뒤 '-27'이라는 종이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는 김세영. 소렌스탐으로부터 축하 메일을 받은 그는 "나도 전설의 길을 따르고 싶다"고 했다. [사진 이지연]

정말 믿기지 않아요. 생애 최고의 라운드였어요."

기적 골퍼 김세영이 또 기적을 만들었다. 김세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 파이어 골프장에서 열린 JTBC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27언더파로 우승했다.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무려 5타 차로 제친 완벽한 우승이며, LPGA투어 72홀 최저타 타이 기록이다. 김세영은 "마인드 컨트롤이 최고로 잘 된 한 주였다. 하늘이 내 준비에 감동한 것 같다"고 기뻐했다.

다음은 김세영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솔직히 어제 라운드 뒤 걱정을 많이 했다. 누구나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는 코스라 최종일 플레이가 정말 중요했다. 고민을 하다가 '모든 후회없이 준비를 하자. 하늘이 감동할 만큼 준비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늘이 감동한 것 같다. 이런 말도 안되는 스코어로 우승해 너무 기쁘다."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했는데.
"이번 주 목표는 과거와 달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술보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 했다. 과거에는 화를 컨트롤 못하는 나의 단점이 플레이 중 나오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걸 누그러뜨리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에 초점을 뒀다. 예전에는 도전적이고 우승하려는 마음으로 덤볐는데 이전 몇 대회를 치르면서 너무 넘쳐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우고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효과를 봤다."
전반부터 치고 나가 독주를 했다. 그래도 오늘 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했던 승부처는?
"전반 9홀에서 5개의 버디를 잡았는데 제일 긴 게 3m였을 만큼 샷감이 좋았다. 그래도 파5, 11번 홀이 가장 중요했다. 230m를 정도를 남겨 두고 5번 우드를 잡았는데 올라 가서 홀 60cm에 붙어 이글이 됐다."
오늘 라운드가 생애 최고의 라운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한데.
"그렇다. 코스가 나와 잘 맞는다고 작년부터 생각했지만 이렇게 좋은 스코어가 나올 지 몰랐다. 오늘 라운드를 하면서 최대한 한홀, 한홀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경기를 했다. 스코어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전에는 많은 타수를 앞서가면 여유있게 플레이하고 내가 조금 추격해야 하면 공격적으로 쳤는데 그냥 내 골프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2위와 차이가 많이 났지만 계속 공격적으로 갔다. 다시 한번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만족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마지막 3개 홀에서 2타를 잃은 3라운드 마무리가 최종 4라운드에 영향을 줬나?
"그렇다. 3라운드 후반에 나온 아쉬운 실수가 나를 좀더 단단하게 만들어줬고 승부욕에도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어제 해가 질 때까지 연습을 하고 들어갔지만 그래도 어제 실수가 생각나 잠을 잘 못 이뤘다. 그래서 오늘 오전 6시에 나와 1시간 30분 정도 연습을 하고 들어갔다. 원래 드로우 구질인데 오른 쪽에 핀이 꽂힌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페이드 샷을 연습했고 최종 라운드에서 큰 효과를 봤다."
김세영의 트레이트 마크는 빨간 바지와 긍정 바이러스다. 미소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골프는 내 마음가짐을 수련할 수 있는 수련장이라고 생각한다. 골프를 하면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오늘 우승이 앞으로 골프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하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기에 나가야 되고 준비해야 되는 지 알게 해줬다. 나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시 초심을 체크하는 시간이었고 올 시즌 목표 4승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줬다. 일단은 올림픽 출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웃음)
전설들 앞에서 최저타 타이 기록을 냈는데.
"LPGA 투어 창립자인 전설들과 포옹을 할 때 너무 따뜻한 느낌이 좋고, 행복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해줬다. 솔직히 다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 맛에 골프하는 것 같다. 나도 그 분들과 같은 길을 걷고 싶다. 그리고 일반 골퍼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꿈이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 그 과정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는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
72홀 최저타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골프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이 LPGA에 축하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사실 이번 시즌을 준비하기 전에 소렌스탐에 대한 책을 읽었다. 전설들은 정말 남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소렌스탐같은 전설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 주니 영광이다. 나도 나중에 후배들에게 그런 선수로 남고 싶다."

피닉스=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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