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신중하게” 연내 금리 인상 두 차례 그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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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Fed 의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현지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현행 0.25~0.5%로 동결했다. FOMC 위원들은 특히 올해 말 기준금리를 0.875%로 예상했다. 금리가 올해 0.5%포인트 오른다고 내다본 것이다. 0.25%포인트씩 올리면 두 차례 인상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엔 네 차례에 걸쳐 1%포인트 정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금리를 절반만 올릴 생각이라는 의미다. 시장에선 이미 Fed의 올해 금리 인상이 1~2회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Fed의 이날 결정은 시장과 호흡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응
실업률 등 지표 나쁘지 않지만
글로벌 경기 감안 금리 동결

최근 지표만 보면 미국 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다. 실업률은 4.9%,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소비자물가는 2.3%까지 올랐다. 완전고용과 2% 인플레라는 양대 목표에 근접했다. 그런데도 Fed를 물러서게 한 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기 둔화다. Fed는 성명에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 상황이 (미국 경제에) 리스크를 안겨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낮췄다(2.4%→2.2%). 미국 경제의 회복력이 탄탄하다고 해도 세계 경제가 주저앉으면 미국만 ‘나 홀로 성장’을 누리기엔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재닛 옐런 Fed 의장의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은 ‘신중함(caution)’이었다. 옐런은 “(지금은) 신중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자칫하면 세계경제가 또다시 침체 국면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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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자신이 글로벌 침체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포석도 있는 것 같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의 결정으로 글로벌 경제가 보다 안전해졌다”고 평가했다.

선물시장에선 Fed의 올해 금리 인상이 한 번에 그칠 확률이 42%로, 두 번 인상 확률(22%)의 배로 나타났다. 다음번 금리 인상 논의는 6월은 돼야 비중 있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옐런은 “다른 경기 부양 수단을 많이 갖고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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