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교감 있었나···윤상현 하루종일 '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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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15일 오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할 때까지도 윤상현(재선·인천 남을·사진) 의원은 하루종일 ‘잠수 모드’였다. 공천 배제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윤 의원 본인은 물론이고 의원실 관계자들도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본인은 물론 의원실도 연락 끊겨
전날까지 강력한 출마의지 보여
친박계 “수도권 선거위해 불가피”

윤 의원과 가까운 한 친박 의원은 “공천위가 최종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윤 의원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당분간 별다른 반응을 내놓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14일)까지도 윤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언론의 불출마 보도에 대해 “그 기사는 소설”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그만두라’고 지시하기 전에는 불출마는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윤 의원 본인도 자택에 머물며 주변 인사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그는 침묵을 택했다. 15일 공천위 발표 직후 보인 조용한 반응 때문에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윤 의원이 친박계 핵심 또는 청와대 측과 교감한 게 아니냐”며 수군거렸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수도권 선거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결정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윤 의원에 대한 공천위의 컷 오프(공천 배제) 조짐은 14일부터 감지됐다. <본지 3월 15일자 2면 보도>

이날 공천위는 윤 의원의 ‘막말 파문’이 불거진 뒤 처음으로 그의 공천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윤 의원 거취를 결정하지 않고 미루면 수도권 표가 날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회의에 앞서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국회의원으로서 품위가 의심되는 사람은 국민에게 내놓기 전에 우리가 걸러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게 신호탄이 돼 하루만에 공천 배제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로 부른다는 소문 속에 권력의 실세로 자리매김했던 윤 의원은 취중에 한 발언 때문에 정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윤 의원은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정책특보를 맡아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 조직기획단장,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을 맡았다. 지난 해 대통령 정무특보까지 맡았다. 윤 의원은 사석에서 “나는 다른 친박계 의원과 같은 ‘급(級)’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고 과시하곤 했다. 결국 윤 의원의 컷 오프를 고리로 해서 공천위가 친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했다는 얘기도 여권 내에선 돌고 있다.

남궁욱·박유미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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