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14일 취임한 김병원(63·사진) 제23대 농협중앙회장의 일성은 ‘개혁’이었다.
230만 공룡조직 “개혁” 선언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 열 것”
이날 서울 서소문로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그는 “수입 농축산물과의 가격 경쟁 심화, 저금리 기조로 인한 상호금융 환경 악화 등 농·축협의 경영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경제지주 분리 이후 중앙회의 재무 상황은 급격히 악화 중이다. 중앙회 주변에선 ‘농협이 제 역할을 못한다’ ‘임직원을 위한 농협’이란 따가운 지적도 나온다. 김 회장은 이런 농협의 위기를 개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첫 4년 단임제 회장인 그는 “임기 4년을 8년처럼 일하겠다”고 했다. 230만 조합원을 가진 ‘공룡’ 농협을 수술대에 올리는 게 우선 과제다. 그는 “중앙회 조직을 슬림화된 조직으로 개편하고 차입금 문제 등 중앙회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농·축협 컨설팅 감사로 조직과 인력을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공약 사항이었던 농협경제지주 폐지와 회장 선거 직선제 전환 등 조직의 뿌리에 손을 대는 개혁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 회장은 “임기 내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가 도래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4년간 농가소득을 40% 넘게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2014년 농가소득은 평균 3495만원이었다. 2010년(3212만원)과 비교해 280만원 늘었다. 230만 명인 조합원 수가 2030년이면 반 토막 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고령화도 도전이다. 김 회장은 타개 방안으로 ▶창조경제 농업지원센터 설립 ▶스마트팜 육성 ▶농업의 6차 산업화 지원 ▶도농 협동 국민운동 등을 제시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농촌 인구가 줄고 있지만 ‘반퇴 세대’의 귀농·귀촌이 본격화하고 있는 건 농협으로선 기회다. 시민단체인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의 최양부 상임대표는 “농협은 현재 정체성·신뢰성·경영의 3대 위기를 겪고 있다”며 “연임을 생각해 인기 영합주의를 펼쳐야 할 부담이 없는 첫 4년 단임제 농협 회장으로서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과감한 조직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은 전남 나주 출생으로 52년 만에 탄생한 첫 호남 출신 농협 회장이다. 1978년 농협에 입사해 남평농협(나주) 조합장, NH무역 대표, 농협양곡 대표를 지냈다.
세종=조현숙 기자, 김유빈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