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국정 방해 야당의원 킬러 투입”…마포을 정청래 대항마로 안대희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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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4일 ‘킬러(killer)론’을 꺼내 들었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 몇 년간 계속 국정의 발목만 잡고 민생을 외면했던 야당 의원이 있다”며 “그런 사람들의 출마 예상 지역구에는 우리로서도 킬러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박계는 ‘전략 공천 빌미’ 의심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 위원장이 언급한 ‘국정 발목, 민생 외면 의원’이 누구를 지목했는지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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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익명을 요구한 한 핵심 당직자는 “야당에 강성 의원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골칫덩이’로 통하는 이들이 누군지에 대해선 여당 내에 대강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추미애·박영선·안민석·정청래·김광진·은수미·진성준·최민희 의원 등을 꼽았다.

이 중 지역구가 있는 추미애(광진을)·박영선(구로을)·안민석(오산)·정청래(마포을) 의원뿐 아니라 비례대표인 나머지도 모두 지역구를 선택해 4·13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 위원장은 친박근혜계 4선 중진으로 경제부총리 후보로도 거론됐었다. 그런 만큼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이들 의원의 선거구에 킬러를 붙이겠다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두고 여당 내부를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비박계 인사들도 적지 않다. 상향식 공천 원칙 관철을 주장하는 김무성 대표와 각을 세워 온 이 위원장이 킬러론을 앞세워 하향식 공천의 빌미를 마련하려 한다는 의혹 제기다.

김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현행 당헌·당규상 킬러가 있다 해도 ‘투입’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 위원장이 왜 굳이 그렇게 말했는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기존 전략공천제 대신 도입된 우선추천지역제를 적용한다고 해도 그 대상은 여성·장애인·정치신인에게 한정된다. 거물급 야당 의원을 잡기 위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한다고 해도 이 조건에 맞지 않으면 경선을 치르지 않고 공천장을 주는 ‘투입식 공천’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내에선 초강성 야당 의원을 겨냥한 맞춤형 공천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정청래 의원 지역구에 바로 옆 서울 마포갑에서 뛰고 있는 안대희(전 대법관) 최고위원이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최고위원을 투입하자는 아이디어도 그중 하나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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