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나는 선, 너는 악? 정치싸움이 종교전쟁도 아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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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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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312쪽, 1만5000원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야당의 분당에 대해 다시 입을 열었다. 2014년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 야당이 낮은 지지율의 원인을 내부, 즉 막말과 진영논리 등에서 찾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던 그다. 저자는 그 속편 격인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에서 야당이 여전히 병을 고치지 못하고 남 탓하기와 상대에 모멸과 상처주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의당 분당에 대해 13년 전 ‘친노’들에 의한 열린우리당 분당과 다를 것 없다며 일축한다. 야권 분열로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비노’는 ‘역사의 죄인’이 될 거라는 비난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새누리당을 찍은 다수는 역사의 죄인보다 더한 죄인이냐”고 반문한다.

 그는 야권 분열의 원인을 한마디로 ‘기득권’에서 찾는다. “적대감과 증오를 밑천 삼아, 적을 유리하게 만들면 죄악이라는 화석화된 머리와 가슴이야말로 가장 먼저 깨뜨려야 할 기득권”이라는 것이다. 기득권은 곧 정쟁을 종교전쟁화한다. 그런 “선악 이분법으로 임하다 보면 상대편과 소통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야권이 친노 대 비노의 이전투구만 계속하는 대신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지방(특히 호남)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방이 서울의 내부식민지가 되고 있다는 내부식민지화 이론과 그 극복방안에 대해 책의 4분의1을 할애하고 있다)

훗날 통합을 도모하건 말건 ‘증오의 배설’로는 절대 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오직 적을 죽이는 걸 유일한 대안과 비전으로 삼는,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총선과 대선을 지방을 살리기 위한 정책 형성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이훈범 논설위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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