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 특파원 단둥을 가다] 안보리 대북제재 첫날, 북한행 트럭 절반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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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이 효력을 발휘한 3일, 한산한 중국 단둥세관 주차장. [단둥=신경진 특파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효력을 발휘한 3일 북한을 오가는 무역을 감독하는 중국 단둥(丹東) 해관(세관)을 찾았다.

국제열차 역사 카트 이용객도 감소
세관 “아직 제재 관련 문건 못받아”
은행들 2~3년 전부터 북 거래 끊어
북한은 제재 피하려 사금융 활용

이날 오전 단둥세관 주차장에 북한으로 가려고 대기하는 중국 트럭들은 80여 대로 주초에 비해 절반 정도 줄었다. 지난 1일부터 중국 차량이 오전에 먼저 다리를 건너면서 물동량이 줄었지만 3일은 전날보다도 눈에 띄게 줄어 세관이 문을 닫는 주말을 연상케 했다.

세관 주차장의 한 직원은 “북한이 먼저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종일 기자가 확인한 북한 트럭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트럭뿐 아니라 인적 교류도 줄었다. 압록강을 오가는 단둥~평양 간 95/85번 국제 열차는 2013년부터 주 4회에서 매일 1회 왕복 운행하고 있다. 출국편인 95번 열차의 출국 수속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9시15분까지 이어졌다.

기자가 차표를 구입해 역사로 들어가 보니 마치 지방 공항을 연상케 하는 출입국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10위안(약 1900원)에 카트를 빌려주는 여직원은 “(북한 사람들이) 꽤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수하물을 가득 채운 카트를 밀며 대합실로 들어가고 있는 50~60명의 북한인들의 표정은 근심이 가득했다.

 단둥은 금융 거래도 얼어붙었다. 단둥 은행 본점들이 밀집한 진산(錦山)대로의 자오퉁(交通)은행과 중국은행 담당자들은 2~3년 전부터 북한과 거래를 끊은 상태라고 답변했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 여파가 아직도 계속되는 듯했다.

한 중국 금융 소식통은 “최근 보도된 북한과의 위안화 거래 중지는 애초부터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는 국제 결제통화도 아니고, 북한이 선호하는 화폐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사금융을 활용해 국제 금융제재의 타격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기자는 단둥 세관 로비의 경위에게 “안보리 대북제재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상관과 한참 통화를 한 경위는 “다롄(大連) 해관에 물어봐 달라. 우리는 답변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다롄 세관의 담당자는 전화 통화에서 “조선(북한) 제재 관련 문건은 못 받았다”며 “아직 내려온 지침이 없다”고 말했다. “오늘 결의가 한반도 핵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류제이(劉結一) 중국 유엔대사의 발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중국은 이날 오후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안보리 결의안을 전면적으로 성실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현장에서의 확인은 쉽지 않았다.

 10년 넘게 단둥 고려거리에서 대북 무역을 해온 한 상인은 “중국 세관은 원래 고압적”이라며 “절대로 먼저 지침을 내리는 경우가 없다”며 새삼스럽지 않다는 표정이다. 그는 “2일과 3일 북한과 중국 상인들 모두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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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대북제재 실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리는 단둥은 안보리 제재 첫날 물동량이 크게 줄었으나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단교 공원을 무리 지어 둘러보고 있었다. 단둥에서 본 안보리 대북 제재는 압록강처럼 북·중 사이를 미묘하게 갈라놓고 있었다. 북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닫았다.

중국인들은 “이제는 북한이 핵을 버리고 중국처럼 개방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제재의 효과는 앞으로 90일 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평가해 안보리에 보고할 예정이다.

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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