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내비앱 따라갔다 팔 난민촌행…이스라엘 군인 2명 유혈 구출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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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인 두 명이 탄 지프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내 난민촌으로 잘못 진입했다가 공격을 받았다. 구출 작전 중 길을 막은 차량이 한쪽에 치워져 있다. [칼란디야 AP=뉴시스]

지난달 29일 밤(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인 2명이 탄 지프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웨스트뱅크의 칼란디야 난민촌으로 들어갔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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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의 지프를 보자 곧 화염병과 돌을 던졌다. 불이 차로 옮겨 붙었다. 군인 둘은 탈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성난 군중들이 이들을 추격했다.

 이스라엘군은 구조 요청에 병력을 급파했다. 한 시간여 만에 두 명 모두 구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혈 충돌이 벌어졌다. 팔레스타인에선 대학생인 에야드 오마르 사지디아(22)가 숨지고 10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 측도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해당 지프는 불이 난 채 방치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곧바로 지프가 난민촌으로 왜 들어가게 됐는지 조사했다. 두 군인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곤 하나 비전투요원이었다. 작전도 아니었다. ‘길을 잃었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이들이 당시 구글의 내비게이션 앱 중 하나인 ‘웨이즈(waze)’를 사용 중이었던 게 드러났다.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웨이즈가 실수로 이들을 난민 캠프로 안내했다”고 말했다. 모세 야론 국방장관도 “정말 오래 전부터 진짜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기술에 의존해선 길을 잊을 수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내비 프로그램을 쓰더라도 지도로 길 찾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항상 말하지 않았느냐”란 얘기도 했다.

 웨이즈는 이스라엘에서 2006년 개발된 내비다. 2013년 구글이 인수했다. 웨이즈는 책임을 부인했다. 웨이즈의 줄리 모슬러 대변인은 “웨이즈엔 위험·금지 구역을 피하도록 설정할 수 있는 특별 기능이 있다”며 “이번엔 그 기능이 정지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운전자가 내비가 제시했던 길에서 벗어났다”며 “내비에서 빨간색 위험 표시를 했으나 이 또한 무시했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구출 작전 당시 ‘한니발 계획’을 작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이 포로나 인질로 잡히는 걸 막기 위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구출한다는 게 목표다. 이를 두곤 과도한 무력이 사용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유혈 충돌이 이어져 5개월간 이스라엘 시민 등 30여 명이 팔레스타인인의 흉기 공격으로 숨졌다.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165명이 목숨을 잃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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