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11년 만에 국회 본회의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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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북한인권법이 2일 밤 11시 22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236명 가운데 212명이 찬성했고, 24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이로써 2005년 법안이 첫 발의된 이후 11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국가 안보와 북한 주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법안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여야가 상임위(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막판까지 이견을 조율했던 ‘기본 원칙 및 국가의 책무’ 조항에는 “국가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야당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과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에 같은 비중을 둬야한다”며 “‘함께’를 문장의 끝 부분에 넣자”고 주장했었다.

법에 따르면 통일부엔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설치된다. 각각 북한인권 관련 정책 자문과 인권상황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는다. 당초 여당 법안에는 기록센터를 법무부에 두도록 했다. 그러나 기록센터를 법무부에 두면 ‘처벌’에 치중하게 된다는 야당의 반대로 통일부에 기록센터를 두는 것으로 수정됐다. 대신 관련 자료를 3개월 마다 법무부에 이관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관련 연구와 정책 개발 등을 통해 북한인권단체들을 지원할 북한인권재단의 설립 근거도 마련된다. 법에는 현재 외교부에 있는 인권대사를 ‘북한인권대사’로 명명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들어있다. 또 통일부장관은 3년마다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해 이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외통위의 새누리당 간사인 심윤조 의원은 “북한 인권 상황을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며 “기록센터를 통해 수집된 기록과 자료들은 향후 북한 인권 유린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은 미국에서 2004년 10월 북한인권법이 발효된 것을 계기로 2005년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처음 발의했다. 하지만 17·18대 국회에선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13년 12월 장성택이 공개처형된 후 북한 인권 상황이 다시 주목을 끌자 법 제정에 탄력을 받았다.

2014년 4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모아 외통위 야당 간사 심재권 의원 대표발의로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냈고, 새누리당도 같은 해 11월 여당안을 합쳐 김영우 의원 대표발의로 ‘북한인권법안’을 제출했다.

한편 북한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일 “우리 공화국의 인민존중, 인민중시, 인민사랑의 정치에 먹칠을 해보려는 정치간상배들의 추악한 광대극”이라고 비난했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11년 만에 빛 보는 북한인권법 주요내용

▶통일부에 북한인권증진자문위,북한인권기록센터 설치
▶통일부장관은 3년마다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 수립, 국회에 보고
▶북한인권 실태 조사 위해 북한인권재단 설립·운영
▶북한 임산부 및 영유아 등 취약계층 지원 우선
▶남북인권대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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