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식인종'으로 착각해 살해한 50대 징역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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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신민수)는 70대 노모를 ‘식인종’으로 생각해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모(50)씨에게 징역 5년에 치료감호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카그라스(Capgras) 망상증’을 앓고 있던 김씨는 지난해 9월 13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울산시 남구 자신의 집에서 식인종이 모친(76) 행세를 하고, 자신이 잠자는 동안 식인종이 눈썹을 깍는 등 위해를 가했다고 착각했다. 김씨는 이런 상태에서 주방에 있던 흉기로 안방에 누워 있던 어머니의 배와 목·가슴 등을 10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카그라스 망상증은 자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동물·물건이 감쪽같이 다른 어떤 것으로 바뀌었다고 믿어버리는 정신질환이다.

수사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김씨는 “피해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 어머니의 모습을 한 식인종 여자에 불과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가족과의 접견에서는 어머니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재판부는 “흉기로 저항 능력이 없는 노모를 찔러 살해하는 등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가족 간의 윤리와 애정을 무너뜨린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식인종으로 착각하고 그 여자가 재산을 가로채 간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해 존속살인이 아닌 살인죄를 적용한다”고 판시했다.

울산=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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