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 명부’싸고 김무성·이한구 또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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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 주변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부터 공천면접을 본 총선 후보자들에 대한 부적격 대상자 심사를 시작했다. 이한구 위원장은 “후보 부적격 심사를 과거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강정현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23일 다시 맞붙었다.

김 “이미 전수조사해 바로잡았다”
이 “문제 많다는 제보 계속 들어와”

이한구 위원장이 지난 16일 우선추천제 확대를 통한 무경선 전략공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두 사람은 한 차례 정면충돌했다. 이번엔 당원명부(당원 이름, 연락처 등이 적힌 명부)에 기초한 ‘안심번호명부’의 정확성을 두고서였다.

안심번호란 이동통신사에서 실제 휴대전화번호를 선거 여론조사용 가상번호(050으로 시작)로 바꾼 것이다. 새누리당은 기존 당원명부에 적힌 전화번호를 안심번호 형태로 바꿔 당원 여론조사에 사용할 계획이다.

 친박계는 이 당원명부에 결함이 많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원명부는) 이미 전수조사를 다 해서 바로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조선일보 보도는 완전 엉터리”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23일자로 안심번호명부 안의 주소가 실제와 다르고 ‘유령번호’도 많다고 보도했다. 김 대표는 “이런 엉터리 보도를 계속하는 건 무슨 의도가 있다”고도 했다.

 이어 이한구 위원장을 겨냥했다. 지난 21일 이 위원장이 공천 신청자 면접 후 “보물급에 해당하는 사람을 몇 명 찾은 것 같다. 그런 분들이 잘되도록 머리를 조금 써 볼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제 눈에 보물이지. 지역구에 가면 알아 주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 측은 “전략공천을 하기 위해 친박계가 여론조사 경선을 흠집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당사에 출근한 이한구 위원장은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여론조사 경선을) 하려다 보니 여러 문제가 튀어나온다. 당원명부에 문제가 많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온다”고 김 대표와는 다른 말을 했다.

그런 뒤 “불공정 경쟁을 넘어 부정선거가 되면 안 된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기자들이 “김무성 대표가 ‘자기(이한구) 눈에만 보물’이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곤 “글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며 공천위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김 대표는 오후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의원들에게 “대보름(22일)날 천지신명께 공천받게 해 달라고 빌었느냐? 국민에게 공천권을 받아야지 ‘한 사람’에게 비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복수의 의원은 “ 이한구 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황진하 사무총장도 “당 사무처에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당원명부 주소는 농촌은 80%, 도심은 90% 이상 정확하다”며 “개인정보도 농촌이 70%, 도시가 80% 이상 정확해 신뢰도가 높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당원명부 왜곡 문제가 심각한 지역에 한해서만 100% 국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글=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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