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은퇴 팁] ‘혼밥’에 익숙해져라…은퇴 후 ‘삼식이’ 안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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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기자

3년간 일본 특파원을 할 때 경험이다. 점심때 난감한 적이 많았다. 외국에서 매일 누군가와 점심을 함께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약속을 잡아 누군가와 점심을 함께했다. 그런데 일본인은 ‘혼밥(혼자 먹는 밥)’을 피하기 위한 약속은 거의 하지 않는다. 약속이 없으면 그냥 혼자 먹는다. 미국에서도 혼밥은 일상화돼 있다고 한다.

 한국에선 혼밥이 어렵다. 끼니를 때우는 것보다 누군가와 어울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밥은 사실 적지 않은 장점을 갖고 있다. 얼른 밥을 먹고 짧은 시간이지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다. 서점에 들러 책 구경을 하거나 산책하면서 잠시 성찰에 빠질 수 있다. 병원이나 약국, 은행에 들러 필요한 일을 해도 된다. 일본을 떠날 무렵엔 일주일에 하루쯤 기꺼이 혼밥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선 왠지 어색해 바로 중단했다.

 혼밥은 퇴직 후 단촐한 생활에서는 피할 수 없다. 퇴직할 때쯤 편안한 회사 동료가 많이 떠나고 업무적으로 만날 대상도 줄어든다. 따라서 평소 혼밥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집에서 삼식이를 피하는 길이기도 하다. 평소 혼밥에 익숙하면 집에 혼자 있을 때도 기분 전환 차원에서 한 끼 정도는 나 홀로 외식을 해도 좋기 때문이다.

 요즘 1인용 식탁을 갖춘 식당이 속속 늘어나고 편의점 매출이 ‘혼밥족(族)’ 여파로 급증하는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 반퇴시대에 걸맞게 퇴직 후 일을 하더라도 시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있는 혼밥의 경험을 쌓아두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혼밥은 어쩌다 하는 게 좋다.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이 더 즐겁기 때문이다.

김동호 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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