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독도는 우리 땅’ 외치지 말고 근거를 가르쳐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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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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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룡 관장이 독도가 한국 땅임을 표시한 일본군의 지도인 ‘일청한군용정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진호 기자]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전 재산을 투자해 박물관을 세운 전직 교사가 있다. 강원도 영월 호야지리박물관의 양재룡(69) 관장이다.

사재 털어 박물관 만든 양재룡씨
지리 교사 하며 36년간 자료 모아
1895년 일본군 지도는 귀한 사료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정한 다케시마(竹島·22일)의 날을 앞두고 박물관을 찾은 기자에게 양 관장은 “독도가 우리 땅인 명확한 근거가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대답을 명확히 못하자 그는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독도가 우리 땅인 근거를 물으면 제대로 답을 못한다”며 “왜 우리 것인지 분명한 근거를 갖고 가르치고 알리는 데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독도 관련 박물관을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양 관장은 1971년 경기도 화성시 남양고등학교에 지리교사로 부임했다. 2007년 2월 퇴직 전까지 36년 간 전국 골동품 상점을 돌며 독도 관련 자료를 모았다.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퇴임 3개월 뒤엔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 주변 땅(1914㎡)과 카페 건물을 사서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퇴직금·대출금을 합쳐 8억원이 들었다. 영월은 지형이 다양해 지리학자들 사이에 답사 1번지로 꼽히는 곳이다.

그가 모은 독도 관련 자료는 100여 점. 이외 세계 각국의 지도 300여 점, 지리 서적 1000여 점, 지구본·암석 등 3000여 점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양 관장은 돈이 없어 외상으로 지도를 가져온 적도 있다.

2007년 7월 충북 충주시의 한 골동품 상점에서 연락이 왔을 때다. 독도 관련 고지도가 들어왔다는 상점 주인의 연락을 받고 달려간 그는 깜짝 놀랐다. 1895년 일본군이 그린 이 지도엔 독도와 울릉도가 우리나라 국경선 안에 분명히 그려져 있었다.

중요한 자료임을 직감한 그는 주인을 한참 동안 설득한 끝에 돈을 나중에 주기로 하고 지도를 가져왔다. ‘일청한군용정도(日淸韓軍用精圖)’로 현재 독도가 한국 땅임을 나타내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양 관장은 “올해부터 일본 중학교에 배포되는 역사 교과서 8종 모두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표현이 들어간다”며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닌 이유를 지도·문서 같은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가르치는 등 독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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