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해군 한울타리에 자리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과 주한 미해군사령부(CNFK)가 한울타리에 들어섰다. 19일 오후 2시 부산 남구에 위치한 한국 해군 작전사령부 바로 옆에 새로 들어선 2층짜리 건물앞에서 조촐한 개관식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작전사령부 영내에는 태극기와 미국의 성조기가 함께 걸려 축하분위기를 만들었다.

한미연합사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 커티스 스캐퍼로티 연합사령관, 빌 번(미 해군 준장) 주한미해군사령관과 이기식 해군 작전사령관을 비롯한 한국 해군 관계자들 100여명이 정복(정장에 해당)을 입고 앉아 있었다.

서울 용산에 있던 CNFK의 이전 개관식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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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CNFK는 주한미군 기지의 중심이 되는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미 해군의 연합작전 능력을 높이고, 소통과 연합작전의 효율성을 고려해 부산 작전기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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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5년간의 계획 끝에 두 해군 사령부가 한 장소에 마련된 것은 한미연합군을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조치"라며 "공동의 가치관과 공조에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준공식은 진정으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장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번 사령관도 "59년간 발전해온 주한미해군사령부는 부산에 정착했다"며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자리가 있는 것이다. 그 자리가 대한민국 해군과 나란히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식 사령관은 "한미가 마주보며 함께 일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한미 동맹과 연합해군 작전능력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한미 동맹이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새로 마련된 CNFK는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약 50m 가량 떨어져 있었다. 유사시 한미 해군이 순식간에 얼굴을 맞대고 협의하고 작전할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해군 관계자는 "미 해군 함정의 방문이 잦고 연합 작전이 늘어남에 따라 수시로 만나 회의를 하고 공동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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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한미해군측은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 직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의지를 다시고 대북 경계 의식을 높이기 위해 용산 기지안에 조성했던 '천안함' 비석을 이곳으로 가져다 본관앞에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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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측은 이날 이례적으로 사령부 건물을 공개했다.

사령부 1층은 화상회의실과 식당, 당직실 등이 위치해 있었다. 또 복도에는 6·25전쟁과 정전협정 서명을 담은 사진을 비롯해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상징물들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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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엔 사령관실과 부관실, 정훈공보실, 작전실, 통신실 등이 있었다. 번 사령관은 1980년대 중반 미국 해군사관학교 미식축구부의 핵인 쿼터백을 지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집무실 책상 옆에는 헬멧 모형과 미식축구 복장을 한 인형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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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실 벽에는 대형전광판이 설치돼 있었고, 책상에는 특수제작된 전화기들이 놓여 있었다. 미 해군 관계자는 "부두를 비치는 카메라에서 전송된 화면 등 다양한 정보가 제공돼 함정에 정보를 전달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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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관계자는 "미군측이 사령부 내부를 공개한 건 이례적"이라며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라 고조되고 있는 군사적 긴장분위기에서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주한미해군 관계자들은 명찰에 영문이름을 쓰고 그 아래 한글로 이름을 새겼다. 한국 해군들을 위한 배려라고 한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스캐퍼로티 사령관등 한미 고위 군 당국자들은 북한 핵 실험이나 미사일 등과 관련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았고,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부산=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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