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값, 오를 이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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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일부 대중음식점과 다방·경양식집에서 음식과 차값을 크게 올려받고 있거나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사실은 무슨 구실로도 용납할 수 없다.
업주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종전값으로는 수지가 맞질 않는다』느니, 『질을 높였다』는 것이지만 소비자들의 의견은 그럴 까닭이 없으며, 달라진 것도 없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수치를 보아도 경제기획원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동향은 작년 연말 공산물의 출하증대와 소비 감소로 쇠고기와 설탕등 식료품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로 나타났다. 곡물류 건어류 유난류 채소류등도 역시 내림세를 보이고있다 작년 1년동안 평균 물가상승률을 보면 도매가 0.7%, 소비자물가가 2.3%에 머물러 있다. 최근 대중음식과 차류의 가격 상승률이 15∼20%에 이르고 있는 것은 뚜렷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물가가 오르는 원인은 반드시 제품의 원가 압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불안에 의한 심리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으며, 과수요로 공급과의 균형이 유지 안될 때에도 물가는 오른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온다. 이번 일부 대중음식값의 이유없는 폭등현상도 이 가운데서 원인을 찾아야할것 같다. 작년 연말에 각종 결제자금과 보너스, 체불노임의 지급등으로 시중에 돈이 풀려 나갔다는 것도 이유는 될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연말이면 있었던 자금방출에도 이러한 물가폭등 현상이 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유독히 대중음식값과 차값이 들먹인다는데 유의해보면 그 이유는 명백해진다.
이른바 「선거호경기」이다. 부국이나 사회단체가 목이 터지게 『공명선거』를 외치고 향응과 선심을 배격하라고 떠들어도 현실은 다르다. 도시와 시골을 가릴 것 없이 음식점과 술집이 흥청거리고 다방이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선거철이면 돈이 많이 돌아 값을 올려도 손님들이 별 부담 없이 받아들인다』는 한 경양식집 주인의 말(중앙일보 어제날짜 11면)이 요즘 대중음식값 폭등의 원인을 단적으로 해명해주고 있다.
또 한가지 이유는 단속의 부재이다. 위생접객업소에 대한 당국의 감시와 단속이 작년 연말 이후 완화됐다는 것이다. 2주에 한번 꼴로 점검을 하고 단속을 하던 관할 행정기관이 작년12월 이후는 지금까지 단한번도 점검이 없어 장사하기에 편하다고 한 식당주인의 말도 음식값이 턱없이 오르고 있는 원인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일종의 선거선심인 것이다.
대중음식값은 한번 오르면 내릴줄을 모르는 것이 그 생리임은 지난날의 경험이 잘 입증해주고 있다. 이러한 물가인상 심리는 물가전반으로 확대되어 모든 물가가 자극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3년동안 이른바 한자리숫자의 물가상승으로 우리경제는 여러가지 긍정적인 성과를 올렸다.
오랫동안 우리경제에 고질이 돼왔던 물가앙등 심리가 점차 사라지고 구조적으로 저물가경제체제가 정착돼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저물가의 기반이 한차례의 선거로 무너져내린다면 우리경제는 다시 깊은 상처를 입고 말것이다.
오늘의 몇푼 안되는 선심과 향응이 얼마 안있어 그 몇배의 부담으로 결국 국민에게 되돌아오고 말 것이다. 탈법선거 분위기는 국민경제적 차원에서도 지양돼야하며, 부국도 철저한 물가단속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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