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원유 생산 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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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베네수엘라·카타르가 원유 생산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카타르·베네수엘라도 동참
국제유가 한때 2% 넘게 뛰어
강제할 수단 없어 합의 한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16일 카타르 도하에서 러시아 석유장관 알렉산드르 노바크와 회담을 하고 “원유 생산량을 동결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은 “올 1월 말 현재 생산량이 적절한 동결 기준”이라고 뜻을 같이했다. 블룸버그는 협상 관계자의 말을 빌려 “사우디와 러시아 외에 카타르와 베네수엘라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이 모두 동결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에너지 투자 자문사인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버 제이컵은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네 나라의 동결 합의는 생산량의 즉각적인 유턴은 아니다. 다만 이날 합의가 올 2분기 이후 유가 회복의 기회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1월 말 현재 OPEC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3311만 배럴이다. 회원국이 약속한 생산한도(쿼터)는 3000만 배럴이다. 지난달 말에만 회원국들이 약속을 어기고 하루 311만 배럴씩 과잉 생산하고 있다.

 그 바람에 요즘 글로벌 차원에서 하루 150만 배럴(1월 말 기준) 정도가 남아돌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 1분기 평균 과잉 생산분이 하루 175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원유 생산과 수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어서다.

이란의 현재 원유 수출량은 하루 130만 배럴 정도인데 올 상반기 중 200만 배럴까지로 늘릴 예정이다.

 이날 합의에 한계도 있다. 우선 뾰족한 강제 수단이 없다. 카타르가 실제 생산량을 모니터링하기로 했을 뿐이다. 미국이 동결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미국은 최근 원유 수출을 재개하면서 국제 원유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이란도 생산량 동결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4개국의 원유 생산 동결 합의소식이 전해지면서 서부텍사스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값은 이날 거래 시작과 함께 2% 넘게 뛰었으나 곧 상승폭을 줄여 약보합세를 유지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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