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겨울올림픽 다시 도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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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에는 평창이 겨울올림픽 개최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체코 프라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끝난 뒤 자크 로게 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만큼 평창은 선전했고, IOC 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원도 평창은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으며, 2차 투표에서 단 3표 차이로 밴쿠버(캐나다)에 2010년 겨울올림픽 개최권을 내줬다. 평창은 아쉬움을 달래며 2014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기 시작했다.

김진선(金鎭)강원도지사는 3일(한국시간) 프라하 현지에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평창 주민들과 함께 밤을 새운 조명수 부지사도 "아쉽게 탈락했지만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유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착실히 보완해 4년 후에는 올림픽 개최 도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눈물을 흘리며 허탈해 했던 강원도민들도 곧 "2014년은 확실하다"며 차기 유치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전라북도에서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선언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강현욱(姜賢旭)전북지사는 3일 "평창이 근소한 표차로 유치에 실패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지난해 두 도(道)가 맺은 합의서에 따라 차기 유치 준비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姜지사를 위원장으로 '2014년 무주.전주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향후 일정을 협의할 계획이다.

'합의서'가 뭘까. 상황을 파악하려면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KOC가 국내 유치도시 신청을 받았을 때 강원도와 전북이 신청을 했다. 복잡한 이해관계에 정치 논리까지 겹치자 KOC는 2001년 11월 16일 평창과 무주를 공동 개최 도시로 발표했다. 그러나 공동 개최로는 절대 승산이 없다는 분석에 따라 논란 끝에 지난해 5월 29일 평창의 단독 유치를 결정했다.

이 때 김진선 강원지사와 강제수 전 전북 정무부지사는 '강원도가 단독 유치를 하도록 전북이 양보하되 실패할 경우 2014년 유치는 전북이 우선권을 갖는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했다. KOC도 2010년 유치를 전북이 양보하는 대신 차기 유치에 우선권을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평창이 이번 유치전에서 선전하면서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였고, 이에 따라 차기 유치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무주.전주를 내세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약속을 지키자니 유치 가능성이 작고, 유치 가능성을 중시하자니 약속을 깨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부와 KOC의 입장은 어떨까.

프라하에 온 배종신 문화관광부 차관보는 "아직 그 문제를 다룰 시기가 아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KOC의 한 관계자는 "합의서를 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올림픽 기준에 적합할 경우'라는 단서가 있으며 우선권을 준다고 해서 후보 도시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북은 올림픽 기준에서 보면 시설이 열악한 편"이라고 말해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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