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아들 혼자 두고 갈 수 없어서” 동반 투신했다 혼자 빠져나와

중앙일보

입력

세살배기 아들을 안고 한강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했다가 아이를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아들과 동반 투신자살을 하려다 본인만 빠져나와 아들을 사망하게 한 중국동포 김모(28)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3일 오전 12시 40분쯤 천호대교 남단 한강시민공원 둔치에서 26개월 난 아들과 함께 강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강물에 얼음이 떠다녀 입수가 쉽지 않았다. 김씨는 결국 아이를 물가에 그대로 둔 채 본인만 물밖으로 빠져나왔다. 아들을 지켜보며 주저앉아 있는 김씨를 발견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김씨의 아들은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김씨의 가방에서는 ‘남편에게 미안하다. 아이만 혼자 두고 갈 수는 없다’는 내용이 담긴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죽고난 뒤 인근 올림픽대로에 뛰어들어 자살하려고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아이가 생후 고열을 앓고서 성장이 느리고 입에 거품을 무는 이상증세도 종종 보였다”면서 “부모로서 죄책감을 느껴 동반 자살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3년 전 중국동포인 남편과 함께 취업비자로 입국했다. 식당 등에서 일용직을 하며 생활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남편은 김씨의 동반자살 시도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동반자살이라고 주장하지만 세 살 난 아이가 동의나 방조를 했다고 볼 수 없어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김씨 아들의 시신은 정확한 사망 원인과 지병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로 보내질 예정이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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