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이븐 바투타 발자취 따라…14세기 아랍으로의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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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팀 매킨토시-스미스 지음
신해경 옮김, 544쪽
2만2000원, 봄날의 책

이 책은 여행기다. 저자는 독자를 지금이 아닌 14세기의 아랍세계로 이끌어간다. 14세기는 십자군 전쟁이 끝나고 동방과 서방 간의 교역과 왕래가 다시 활발해진 시기다.

그때 생의 절반인 25년을 길 위에서 보내며 모로코에서 중국까지 12만㎞를 여행한 ‘위대한 여행가’ 이븐 바투타가 있었다.

각지에서 환대를 받고 인도에선 술탄의 눈에 들어 법관으로까지 일했던 700년 전 그 모로코인의 발자취를 부러워하며 영국 출신의 성공회 신자인 저자가 따라 걷는다.

  저자는 바투타의 『여행기』가 묘사하는 “역사의 여러 사건들과 시간을 이기고 살아남은 ‘존재의 파편’들”을 찾아 나선다. 저자는 이 작업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루스트적 역(逆)고고학’이라 부르며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들은 대부분 유머감각이 넘치고 푸른 눈의 이교도를 환대하는 신실한 무슬림들이다. 비행기나 자동차 같은 여행수단이 없었던 과거보다 전쟁과 테러, 종파 갈등이 국경을 가로막고 있는 오늘날 이 지역을 여행하기가 더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곳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종교는 관용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500쪽이 넘는 글로도 바투타의 일정을 반밖에 따라잡지 못한 책을 끝까지 집중력을 가지고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에겐 낯선 이슬람 역사와 성인을 종횡무진 좇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책의 첫 장을 다시 펴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훈범 논설위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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