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북 대사 모두 불러 항의…남에는 '엄정 입장', 북에는 '원칙' 표명

중앙일보

입력

중국 외교부는 7일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체계 배치 논의 착수와 관련해 김장수 주중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를 불러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항의했다. 남북 대사가 같은 날 중국 외교부에 초치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는 7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남북 두 대사 모두 류전민(劉振民) 부부장이 초치했으나 발표문에는 약간의 표현 차이가 있다.

북한 지재룡 대사에 대해서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해 위성을 발사한 데 항의하고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장수 대사에게는 "사드 배치를 위한 공식 논의를 시작한 데 대해 항의하고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외교경로를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사드 도입에 대해서는 '엄정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중국이 미사일 발사보다 사드 배치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이는 중국중앙방송(CC-TV)의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의 보도에서도 읽혔다. 현지시간 저녁7시(한국시간 오후8시)에 방송된 신원롄보는 뉴스의 대부분을 춘제(春節·설명절) 분위기에 대한 보도로 채우면서 북한 로켓 발사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의 사드 도입 결정에 대해서는 뉴스 마지막 부분에 앵커가 화면없이 외교부의 입장을 낭독하는 형식으로 보도했다. 통상 뉴스 진행 도중 긴급한 뉴스가 들어올 경우 보도하는 방법이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사드 배치 논의와 관련해서는 '깊은 우려'(深表關切)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유감'을 각각 표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중앙일보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때에는 다른 국가의 안전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관련국이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행동에 돌입한다면 한반도 상황을 자극해 긴장을 한층 더 끌어올리게 되고 이는 지역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는 데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 대변인이 언급한 관련국(유관국가)는 한국과 미국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 대변인은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중국은 조선이 국제사회 보편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위성) 발사를 강행한 데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과거 다섯 차례의 발사 때에는 위성발사란 용어만 사용하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처음 들어갔다. 그러면서 “중국은 각 관련국들이 냉정하게 대응하고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희망하며, 조선반도 긴장을 더 높일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중국의 이런 논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표명한 입장과 비슷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당시 "한반도에 핵이 있어서도 안되지만, 전쟁과 혼란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 정부는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자는 국제사회의 요구에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 대변인은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 중인 강력한 대북 제제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중앙일보의 서면 질의에 대화·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기존 입장을 강조한 뒤 “관련 국가는 안보리 협상에 창조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로 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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