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국민연금 10조 헐어 청년주택에 쓰겠다는 더민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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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적립금은 507조원이다. 올해 예산 386조원보다 훨씬 많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돈에 군침을 흘리는 곳이 많다.

더민주 “5% 수익률 가능” 주장
복지부 “월세 낮아 신중히 접근”
정밀한 분석 없는 섣부른 투자
2156만 명 노후자금 구멍 우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4일 중산층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건설에 국민연금을 갖다 쓰겠다더니 지난 1일엔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주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연금 기금 10조원을 활용해 다세대·다가구 주택 5만 가구(가구당 방 3개, 2억원)를 매입해 청년 15만 명에게 공급한다는 것이다.

더민주당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박동욱 연구위원은 “한 방에서 30만원의 월세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 위주의 투자 방식을 다변화하고 청년층의 주거 고통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창우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사무국장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청년 주택 투자가 청년 생활여건 개선과 고용 안정에 기여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검토할 만하다”며 “마이너스가 나지 않는다면 기금 수익률에도 그리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는 복지사업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노인·아동·장애인 복지시설과 주택구입자금·학자금·생활안정자금 대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신규 여유자금의 1%(약 4000억원)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몇 차례 검토하다가 수익률이 나오지 않아 포기했다. 투자 가능한 복지사업에 청년 주택은 들어 있지도 않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사업에 투자하려면 최소한 국고채 수익률(3년물 기준 1.53%) 이상의 수익이 나와야 한다”며 “뉴스테이도 수익률이 제대로 나올지 확실하지 않고 청년 주택은 월세가 더 낮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적립금을 여기저기에서 갖다 쓸 경우 불신만 더 키우기 쉽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군데 복지사업에서 물꼬가 트이면 봇물 터지듯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국민연금을 눈먼 돈처럼 너무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2156만 명의 노후자금이다. 수익 보장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토대로 국민적 합의도 거쳐야 한다.

1994~2005년엔 기획재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에 국민연금 기금 45조원을 갖다 쓴 뒤 이자를 제대로 쳐주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면서 국민연금에 골병이 들기도 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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