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불륜만으론 해임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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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공무원의 불륜 행각이 드러났어도 이 때문에 직무에 소홀했음이 입증되지 않으면 그를 해임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행정법원 “직무 소홀 입증해야”
“공무원도 사생활 자유 누릴 존재”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반정우)는 중앙정부 소속 공무원 A씨가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속 부처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A씨가 승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기혼자인 A씨는 가정이 있는 여성 B씨와 2012년 6월부터 약 2년간 불륜 관계를 지속했다. B씨 남편에게 불륜 사실이 발각된 이후로도 A씨는 B씨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하는 등 관계를 지속했다고 한다. B씨 남편은 결국 A씨가 속한 부처의 감사부서와 감사원에 이 사실을 알렸다.

 소속 부처는 징계위원회 의결에 따라 지난해 3월 24일 A씨를 해임하는 처분을 내렸다.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의 의무(제63조) 및 성실 의무(제56조)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 뒤 A씨는 “사적인 문제로 인한 징계 수위로 해임 처분은 과도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공무원도 사생활의 자유라는 본질적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존재”라며 “순수하게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 공무원의 행위만으로 ‘파면’이나 ‘해임’ 등의 징계를 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A씨의 불륜 행각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는 해당하지만 성실 의무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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