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눈폭풍…W충격에 경제활동 마비

중앙일보

입력

‘W충격(Weather Shock)’이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 동부에서 경제활동이 사실상 마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미 경제의 중심지가 정지 상태(stand still)”라고 표현했다. 눈보라가 엄습해 뉴욕 등 11개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돼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직접적인 피해액이 이미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인명 피해와 건물 파손 등이 그렇다는 얘기다. 보험회사 등의 손실 보상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한파가 몰아친 덕분에 국제원유 가격이 지난주 말 2.7% 안팎으로 올랐다.

WSJ는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추가완화 소식에다 강추위 소식이 더해진 결과라는 게 국제원유시장 관계자의 풀이”라고 전했다. 국제원유 가격 하락은 글로벌 시장의 불안요인이었다. 국제유가 반등 여파로 미국·유럽·아시아 지역 주가가 반짝 상승했다.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주가 상승이 둔보라 때문에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눈보라의 경제 셈법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거시경제적 피해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 피해 지역의 연간 지역총생산(GRDP)은 2조 달러(약 2400조원) 정도 된다. 미국 연간 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간 생산활동 일수를 250일로 잡았을 때 피해지역 하루 총생산은 80억 달러(약 9조6000억원)라는 게 전문가의 계산”이라고 전했다. 다만 눈보라가 주말에 불어닥쳤다. 경제 피해가 조금은 덜할 수는 있다.

미 경제 성장률이 눈보라에 얼마나 흔들릴지 예측하기는 이르다. 겨울철 혹한 등 기상이변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수는 어림잡아 연간 20만 명(2000년 이후) 정도였다. 2011년과 2014년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추위 때문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거시경제분석회사인 매크로어다바이저스는 “올해 1분기 미국 성장률도 눈보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눈보라가 더 몰아치지 않고, 한파가 계속되지 않는 한 W충격은 일회성(non-recurrent)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충격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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